불만 듣고 TV조선 점수 낮췄다? 방통위원장 뭐라고 했길래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당혹스러운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말하며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하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일부분입니다. 검찰은 TV조선에 대한 심사 결과를 전화로 보고 받은 뒤 보인 위원장의 반응을 위와 같이 기록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 한상혁 방통위원장 반응,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공소장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000은 (위원장의) 의중에 부담감을 갖고 있던 상태에서 평상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한 위원장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집계 결과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000은 당시 재승인 업무를 담당했던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입니다. 공소장 내용대로라면 해당 간부는 위원장의 반응을 '강한 불만'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TV조선 평가 점수를 일부러 낮추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얘기입니다.
한 위원장의 반응을 '집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단순히 '불쾌하다, 곤란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집계 결과를 수정하라'는 강압적인 뜻으로 볼 수 있을까요?
검찰은 한 위원장의 '강한 불만'이 점수 조작을 진행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위원장의 의사에 따라 재승인에 영향을 미치도록 방통위 국장과 과장이 심사위원장에게 평가 점수를 낮추도록 요청했고, 심사위원 2명이 점수를 낮춰 '과락'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 부분은 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이 적시한 '강한 불만', '의사'를 '점수 수정 지시'로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따라 유무죄 여부와 형량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 "간담회 무시하고 심사위원 선정"…"필수 절차 아니다"
"일부 상임위원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 상반기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추천 단체에 모 단체를 포함하고, 평소 종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인사를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하였으며, 심사위원 결원이 발생하자 절차에 위반하여 모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충원하였다."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TV조선의 재승인을 막기 위해 한 위원장은 직권을 남용해 심사위원 구성부터 관여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구속 영장이 청구됐을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무죄를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심사위원 선정을 위해 간담회 등을 여는 건 법적 필수 요건이 아니며, 절차를 위반한 게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불가피하게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상임위원 간담회 등 상임위원들의 협의 절차 없이는 우선순위에 따른 심사위원 후보자가 아닌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점수 조작 사실 은폐"…"심사 점수 바꿨더라도 정당"
"사후 수정으로 중점심사사항 2항 총점이 과락인 점수로 변경된 사실을 보고 받았고…심사위원장에 대한 평가점수 누설 사실에 관한 보고를 받고도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평가점수 누설로 인해 점수가 조작된 결과를 재차 승인하였다."
검찰은 TV조선 점수가 과락으로 조작됐음에도 한 위원장이 이를 은폐한 채 정상적인 심사가 이뤄진 것처럼 상임위원들을 속여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 받은 바 없으며, 설사 일부 점수 변경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는 심사위원이 자신이 부여했던 점수를 위원회 종료 이전에 정당하게 변경한 것으로 인지했다"며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업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유효기간 3년 허위보고서"…"전체회의 토론 후 결정"
"상임위원 간담회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단독으로 청문 실시를 결정함으로써 ‘재승인 거부’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의결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게 하여 상대적으로 덜 불이익한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이 설득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검찰은 또 한 위원장이 TV조선의 재승인 유효기간을 기존의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법률자문회의에 재승인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 상임위원들이 반대하지 못하도록 대비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조건부 재승인의 경우 3년의 승인 기간 부여가 법리상 가능할 뿐 아니라 최종 결정은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나온 것"이라며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이제 법원의 시간…방통위원장 면직되나
한상혁 위원장이 혐의 사실을 일일이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만큼 정부는 위원장 면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오는 23일에는 청문이 진행돼 소명을 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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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인 기자 (izza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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