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이 가보지 못한 그곳 향해 다시 뛰는 우상혁[창간 특집 인터뷰]
높이뛰기 선수로는 그리 크지 않은 188㎝의 키, 교통사고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10㎜ 이상 더 작은 불리한 신체조건. 우상혁(27·용인시청)이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 그가 한국신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웠고, 올림픽 4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제는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 한국에서 오로지 우상혁만이 보고 있는 풍경이다. 스포츠경향 창간 18주년을 맞아 지난달 제주에서 훈련 중이던 우상혁을 만났다.
우상혁은 대전 중리초 4학년때 육상을 시작했다. 달리기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이뛰기로 종목을 바꿨다. 높이뛰기가 오히려 적성에 잘 맞았다. 우상혁은 “막상 달리기를 해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너무 빠르더라”면서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는 승부욕이 더 강했다. 나보다 더 빠른 아이들한테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높이뛰기는 그럴 일이 없어서 좋았다. 마주선 바(bar)와의 싸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상혁은 “열심히 훈련하고, 내 차례에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넘고, 성공까지 한다면 그이상 좋은게 없으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우상혁은 2017년 무렵 슬럼프에 빠졌다. 그해 6월 전국육상선수권에서 개인 최고기록인 2m30을 넘었지만 이후로 벽에 부딪쳤다. 우상혁은 “2m30을 넘었으면 2m31을 넘어야 하는데 그 1㎝를 뛰어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데 안되더라”고 했다.
슬럼프의 한가운데서 김도균 코치를 만났다. 초등학교 시절 첫 은사 윤종형 코치와 함께 우상혁이 ‘인생의 스승’으로 꼽는 이다. 2019년부터 김 코치와 훈련을 함께하면서 우상혁은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다. 채소와 생선 위주로 식단을 다시 짜면서 감량을 했고, 강한 승부욕으로 인한 강박도 내려놓으려 했다.
그렇게 우상혁은 슬럼프를 빠져나왔다. 대회 한 달 전, 극적으로 출전권을 따낸 2021년 8월 도쿄올림픽에서 2m35 한국신기록으로 4위에 올랐고, 6개월 뒤 체코에서 열린 실내대회에서 2m36으로 우승하며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높이뛰기는 찰나의 순간 성공과 실패가 엇갈리는 종목이다. 순간의 승부를 위해 매일 같은 단련이 필요한 종목이기도 하다. 전신을 고루 단련해야 하고, 발가락 끝의 움직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도 우상혁은 발가락으로 바둑알을 옮기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원판 모양의 밸런스볼 위에 한쪽 발을 딛고 서서, 다른쪽 발가락으로 바둑알을 집어서 옮겨야 한다. 이미 이골이 난 훈련이지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여전히 짜증도 난다.
우상혁은 “바를 두고 뛰는게 재밌다. 제일 하기 싫고, 지루한게 기본적인 훈련이다”면서도 “하지만 기본을 닦아야 결과가 나온다는 걸 김도균 코치님을 만나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매일 같은 기초훈련을 손톱에 비유했다.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어느 순간 확 티가 나는 것이 기초훈련이라는 것이다.
우상혁은 오는 8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내년 파리 올림픽을 노리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록을 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이 없었던게 못내 아쉬웠다. 남들 앞에 서서 노래부르는게 제일 적성에 안맞는다는 우상혁이지만, 필드에만 서면 성격이 달라진다. 관중의 박수와 호응을 누구보다 즐긴다. 우상혁이 수 만 관중으로 가득찰 파리 올림픽을 기대하는 이유다.
식상한 얘기지만, 우상혁은 한국 육상의 간판이고 희망이다. 성적과 기록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가 없다. 인생의 동반자나 다름없는 김 코치 또한 그것만큼은 대신 감당해줄 수가 없다. “상혁이가 지금 보는 풍경은 저도 보지 못한다. 한국에서 아무도 모른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는게 김 코치의 말이다.
우상혁은 “세계적인 선수들끼리 경쟁하는데 매번 1등하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며 “그런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면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자들을 의식하기 보다 자기 페이스만 지킨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상혁은 제주에서 3주간 훈련을 마치고 지난 6일 열린 카타르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2위(2m27)로 올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7일에는 경북 예천에서 열린 KBS배전국육상대회에서 2m32를 뛰어넘으며 올해 초 부비동염 수술로 인한 다소간의 공백과 지난해 10월 발목과 발뒤꿈치 부상 이후 느꼈던 심리적 부담감까지 훌훌 털어냈다.
한국 육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정혜림의 여자 100m 허들 금메달 1개에 그쳤다.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외에 아직까지 단 1개의 메달도 없다.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을 향해 우상혁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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