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부실시공]공사비·사업지연 등 갈등도 커진다
공공주택 인식저하·입주지연도
공급위축 심화되나…주거안정은?
부실시공 문제가 심화할수록 부동산 시장에 나타날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공사비 증액에 따른 갈등, 사업 기간 연장, 입주 지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수록 주택 사업 환경이 척박해져 결국 공급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후분양 전환 등 과감한 변화를 통해 주거 안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실시공이 불러올 부작용은?
부실시공 사태가 심화할수록 공사비 인상, 사업 지연, 임대아파트 인식 저하 등에 따른 주택 시장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먼저 우려되는 건 공사비다. 하자나 부실 등이 발생해 공사를 다시 하거나 공사 기간을 늘리면 비용도 따라 오른다. 이미 건설현장에선 자재비, 인건비 등 건설 원가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비용이 오르면서 시공사들이 잇따라 공사비 증액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비용은 오르는데 크고 작은 부실시공까지 눈에 띄자 공사비 증액에 대한 거부감만 더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만 해도 경기 고양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이 사전점검에서 다수의 하자가 발견돼 입주가 연기됐고,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또한 사전점검에서 다수의 하자가 나와 시공사와 입주예정자 간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공동주택 하자분쟁 조정 신청 건수도 2020년 4245건에 이어 2021년 7686건까지 급등했고, 지난해 3027건으로 줄었으나 하자 양상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LH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LH 안단테'(LH 발주·GS건설 시공)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벌어지자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LH 아파트의 품질을 의심하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LH 공모 사업으로 추진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서울 구로구 '고척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 시공)에서 입주 사흘만에 수압조절기 부품 고장으로 물이 새는 피해를 겪어 부실공사 논란이 제기됐다. 이밖에 임대아파트에서도 잊을만 하면 누수 피해, 소음 등 각종 하자가 나타나 품질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온 바 있다.
공급 속도에도 차질…'주거 안정' 언제쯤?
이런 문제가 지속하면 결국 주택 공급 자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부동산 침체 영향으로 집을 안 짓고 있는 마당에 부실시공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등 공급 속도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누적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국 8만6444가구로 전년 동기(11만2282가구) 대비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실적은 전국 5만366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6.2%, 분양 실적은 전국 2만421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62.9% 각각 줄었다.
이로 인해 2~3년 뒤 주택 공급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5~2025년 10년간 추이를 보면 연간 평균 입주물량은 34만37가구다. 2018~2019년엔 40만건이 넘었으나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다. 특히 2024년엔 30만9556가구, 2025년엔 21만7944가구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올해와 작년에 분양이 줄어든 게 반영됐다"며 "공급 시장 자체가 많이 위축돼 있기 때문에 한동안 공급 확대를 기대하긴 어려워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 역시 이같은 상황을 눈여겨보며 공급량 조정을 시사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해 8월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8·16대책)을 통해 2023~2027년 주택 27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말에는 이른바 '4기 신도시'인 경기 김포한강지구 등을 추가로 발표했고, 1기 신도시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5곳(총 30만 가구)를 재정비하는 특별법도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선 "270만 가구 공급 계획의 정상 추진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국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오래 지속돼 온 병폐를 없애고 후분양제 등 시장 체제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실시공 사고 또는 불안이 확산할수록 점검 등을 포함한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입주가 지연되면서 공급의 속도에 제약을 줄 수 있다"며 "공급이 줄어들면 그만큼 시장 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적어지고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사비를 크게 올리거나 후분양제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순 있지만 그만큼 분양가가 높아진다는 점이 양날의 검"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 어디에 중점을 둘지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잊을만하면 부실시공 문제가 터지고 있지만 계속 제자리"라며 "직접시공, 다단계하청근절, 후분양 등의 요구가 꾸준히 나왔지만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주택 시장은 주거 안정이나 잘짓기 경쟁을 유도하기보다 판매, 투기 조장에 주력하는 게 문제"라며 "LH 등 공기업부터가 대대적 혁신을 해서 건설 문화를 바꾸고 안전한 공공주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시리즈 끝>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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