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선생님] “사랑을 줘야 하는 건 동물도 똑같아요” 애견유치원 교사 김진영씨
"강아지들에게 사랑과 애정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
"좋은 '강아지 선생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
이달 15일은 정부가 정한 제42회 스승의 날이다. 한 교원단체는 이날부터 21일까지를 ‘교육주간’으로 정해 교육의 의미를 기린다. 올해로 71년째 계속하는 행사다. 선생님의 노고와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시기다.
스승은 사람에만 있을까. <디지털농민신문>은 교육주간을 맞아 이색적으로 동·식물 분야 선생님을 생각해봤다. 애견유치원 교사와 숲 해설가를 통해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한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에게는 더욱 특별한 가르침이 필요하다. 동물과의 의사소통은 사람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물을 가르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기꺼이 기뻐하며 걷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애견유치원 교사다. 스승의 날을 맞아 색다른 가르침을 실천해나가고 있는 김진영씨(28)를 만났다. 김씨는 서울 중구 한 애견유치원에서 일하고 있다.
Q. 애견유치원 교사, 사실 입에 착 달라붙지도 않을 만큼 생소한 직업이에요.
A. 맞아요. 주변에서 애견유치원 교사라고 하면 “강아지들을 데리고 언어를 가르치는 거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이제는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아세요. 하하.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강아지들이 행복했으면 하기 때문이에요. 5살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는데요, 동생이 워낙 비염이 심해서 엄마가 지인에게 강아지를 분양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강아지를 대신 교육시키고 놀아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그때부터 애견유치원을 차리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건지도 몰라요.
애견유치원은 강아지들에게 보호자만이 아니라 또 다른 믿을 만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먼 훗날 애견유치원을 직접 차리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부터 애견유치원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고 있어요. 근무한지는 6개월 됐어요.
Q.애견유치원이 어떤 곳이고 누가 주로 이용하나요?
A. 일정시간 반려견을 맡아주는 주는 곳이예요. 주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보호자들이 많이 이용하세요.
보호자가 집에 있지만 아이들이 색다른 경험을 했으면 좋겠는 마음에 보내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또 자신의 반려견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보호자들께서도 이용합니다. 사회성은 고유의 성격이라 고치기 힘든 사교성과는 달리 또래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발달되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이렇듯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꽤 다양한 수요가 있답니다.
Q.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A. 오전 7시 반부터 11시까지 오전반이 등원하기 때문에 저도 아이들 등원 준비를 돕고, 바닥과 창문 등을 청소해요.
청소가 끝나면 블로그 관리를 잠깐 해요. 주로 아이들 일상과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글을 올려요.
그러면 오후 12시쯤 되는데요, 이때부터 아이들을 밥을 먹이기 시작하죠. 종종 옆에 있는 작은 테라스에서 야외 활동도 진행해요.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종일반 친구들은 잠을 자고요, 오전반 아이들은 하원하고 오후반 아이들은 등원해요.
각종 프로그램이 정신 없이 진행되다가 오후 5시부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보호자에게 보낼 알림장을 작성해요. 주로 아이들이 오늘 하루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기록하죠.
다른 날보다 유달리 많이 짖었다던가, 지쳐보인다던가 등등 시시콜콜한 일상까지도 다 적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보호자들이 안심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제 일이 끝납니다. 저는 오후 7시쯤 퇴근해요.
Q. 강아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볼링·보물찾기·기다려대회·기호성테스트 등이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은 주로 원장님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면서 떠올린 것들이 많아요.
혹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서 재밌겠다 싶은 것들을 시도해봐요. 매달 프로그램이 바뀌는데요, 다음 달에는 파주로 가서 아이들 물놀이를 시켜줄 예정이예요.
너무 더울까 봐 걱정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할 모습이 기대돼요.
Q. 하루종일 보는 강아지들이지만 유달리 사랑스럽거나 미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A. 항상 사랑스러워요. 하지만 가끔 아이들이 밥을 먹기 싫어하며 ‘공복토(공복 상태에서 하는 구토로 노란색 위액이 나옴)’를 할 때 속상해요.
또 고집부릴 때나 다른 아이들의 움직임을 통제하려고 할 때 ‘안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죠. 얄밉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라는 주문을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제 생각보다 아이들 입장이 돼서 더 생각하고 이해해주면 아이들도 제 마음을 천천히 알아주는 것 같거든요.
중요한 건 아무리 힘들더라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알려주는 거예요. 저만의 팁이 있는데요, 표정을 약간 무섭게 하면 자기들이 훈육받고 있다는 것을 알더라고요.
그래서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요. 대신 훈육한 후에 다시 예뻐해 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강아지가 있나요?
A. ‘두리’라는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 유치원에 왔을 때 벌벌 떨면서 계단조차 올라가기 힘들어했는데 한달 남짓 만에 적응해버려서 보호자에게 인사도 안 하고 바로 뛰어오더라고요.
그 모습을 본 보호자가 서운해 하면서도 내심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Q.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A. 아이들의 기분과 감정을 늘 살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수요일마다 산책 시간이 있는데요, 아이들을 산책시킬 때 익숙한 곳을 가는 걸 좋아할지 아니면 새로운 곳을 가는 걸 좋아할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편이죠.
또 아이들마다 배변을 보고 싶어 하는 곳이 다 달라요. 그래서 세심하게 기억하고 맞춰주려고 해요. 퇴근 후에는 앞으로 어떻게 놀아주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해요.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어요. 이미 애견 미용사 자격증을 땄고, 다음 달에는 훈련사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Q. 만약 강아지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A.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렇다면 아무래도 “간식 먹자!” 아닐까요? 하하. 아, 아프면 꼭 얘기하라는 말도 해주고 싶네요. 아이들이 얼마나 아픈지 잘 몰라서 속상할 때가 많아요.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네요.
◆애견유치원은 어떤 곳?
애견유치원은 반려동물 양육자의 위탁을 받아 반려동물을 영업장 내에서 일시적으로 사육·훈련·보호하는 곳이다. ‘위탁관리업’으로 부류된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전국 175곳 업체가 등록돼 있다. 최근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애견호텔과 함께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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