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개막, 韓영화 ‘경쟁 초청’ 없어도 의미 있다

이승미 기자 2023. 5.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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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축제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가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올해 한국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주연상 등 본상 수상 자격을 갖는 경쟁 부문에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학생작품을 포함한 장·단편영화 7편이 비경쟁 부문 등에 공식 초청돼 케이(K)콘텐츠의 또 다른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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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왼쪽)·‘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축제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가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올해 한국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주연상 등 본상 수상 자격을 갖는 경쟁 부문에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학생작품을 포함한 장·단편영화 7편이 비경쟁 부문 등에 공식 초청돼 케이(K)콘텐츠의 또 다른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송강호부터 송중기까지

주요 부문에 소개되는 한국영화는 ‘거미집’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탈출), ‘화란’이다.

비경쟁으로 초청된 ‘거미집’은 걸작을 만들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영화감독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송강호가 주연해 김지운 감독과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15년 만에 칸에 동행한다.

이선균·주지훈의 ‘탈출’(감독 김태곤)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소개된다.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송중기의 ‘화란’(감독 김창훈)으로 데뷔 15년 만에 칸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는다.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는 소년 홍사빈이 조직의 중간보스 송중기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재능 있는 신예 감독들을 발굴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돼 해당 부문에서 별도 수여하는 대상을 비롯해 영화제에 초청된 모든 신인 감독들의 영화를 후보로 삼는 황금카메라상 수상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라 시네프에 초청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서정미 감독의 졸업작 ‘이씨 가문의 형제들’과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황혜인 감독의 ‘홀’도 각각 1~3등 상을 노린다.

●“한국영화 다양성에 초점”

‘우리의 하루’와 ‘잠’은 각각 영화제 기간 중 프랑스 감독협회와 비평가협회가 따로 엄선한 영화를 소개하는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에서 소개된다. 감독주간은 진보적인 영화 발굴에, 비평가주간은 신인감독들의 혁신적인 영화에 초점을 맞춘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우리의 하루’는 그의 연인인 김민희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유재선 감독의 ‘잠’은 신혼부부 이선균·정유미가 끔직한 악몽을 꾸며 벌어지는 공포를 담는다. 이선균은 2019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에 이어 올해 출연한 작품 2개가 동시에 칸에 진출하게 됐다.

경쟁부문 진출작의 부재로 한국영화는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이 출품해야만 경쟁 부문에 갈 수 있다는 일부 냉소적인 시선도 나오지만 영화관계자들은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가 대거 칸의 초청받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스포츠동아에 “여러 부문에 초청받았다는 것은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가 더욱 돋보인다”라며 “타성 젖은 작품들로 최근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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