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개입]①자율성 보장 약속 뒤집은 금감원

10년간 논의하고 보험 순익 큰 폭 늘자 "별도 지침"
업계 "섣부른 계리적 가정 제시 후 또 다른 혼란 우려"

[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새 회계기준(IFRS17)에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일부 계리적 가정에 관해 세부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개입이 IFRS17의 자율성 보장 원칙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의 회계기준 개입이 시장에 미칠 영향 살펴본다. [편집자]

금감원이 늦어도 내달 초에는 IFRS17의 일부 가정에 관해 세부 기준을 만든다. 보험사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이에 관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개입에 나섰다.

차수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1일 브리핑에서 IFRS17 관련 계리적 가정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 세미나실에서 보험회사 재무 담당 임원과 간담회에서 새 회계제도 도입 뒤 시장의 우려를 전달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각 보험사가 회계상 기초 가정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일부 계리적 가정에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IFRS17의 대원칙인 각 보험사의 자율성 보장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최초 자율성 존중 원칙이 정립되고 금감원이 이를 인정한 이유는 회사별로 처한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별 보유계약 수, 상품의 유지율, 손해율이 천차만별인 탓에 이를 감독 당국이 섣불리 간섭할 수 없는 구조다. 금감원이 IFRS17의 한 부분인 경제적 가정(금리 상승 등)에만 손을 댄 것이 이런 이유다. 경제적 가정은 보험계약의 현금흐름을 평가할 때 계리적 가정과 함께 사용하는 가정이다.

금감원이 꺼낸 실손보험 손해율과 같은 계리적 가정도 IFRS17 도입 10년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된 사항이다. 더욱이 이런 계리적 가정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보험사들은 금융당국과 충분히 논의해 실적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향후 '시장의 우려'가 또 제기되면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도 남아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IFRS17의 계리적 가정에 관해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자율성 존중 원칙을 깨는 일"이라며 "금감원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