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감독 호출사건?' 강원팬들은 달랐다…감독-서포터 젠틀 대화의 장, "최용수" 연호도 나와

최만식 2023. 5. 1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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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강원 서포터스.'

최용수 감독과 서포터스의 만남은 성토장이 아니라 대화의 장이었다.

강원 구단이 제공한 당시 동영상을 보면 최 감독과 서포터스의 스탠딩 면담 초반, 긴장감이 감돌기는 했다.

서포터스 회장이 "현재 우리가 믿을 것은 최 감독밖에 없지 않은가. 박수로 마무리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최용수 파이팅' 구호와 함께 격려 박수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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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젠틀맨! 강원 서포터스.'

요즘 K리그 현장에서 이른바 '감독 호출 사건', '버스 가로막기'가 발생하면 볼썽사나운 장면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성적 부진에 성난 팬들은 감독-구단 수뇌부를 불러 청문회 하듯 몰아붙이고 퇴진 구호까지 난무하는 게 다반사다. 결국 누군가 읍소를 하거나 양측 모두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돌아서야 사태가 마무리된다. 최근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가 이런 진통을 겪었다.

지난 13일, 강원FC에서 코칭스태프가 불려나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K리그1 13라운드 수원 삼성전서 0대2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고, 최하위 수원에 승점 2점차로 쫓긴 상황이라 험악한 분위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달랐다. 강원 팬들은 '젠틀맨'이었다. 최용수 감독과 서포터스의 만남은 성토장이 아니라 대화의 장이었다.

이날 경기에 팬들이 화가 나 있기는 했다. 일부 서포터들이 구단 측에 최 감독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흔히 팬들의 집단 행동이 발생하면 '일단 피하고 보자'는 대응을 보였다가 팬심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팬들의 요청에 곧장 나섰다. 최 감독이 강원에 부임한 이후 성적 부진 때문에 팬들 앞에 선 것은 처음이다. 2021년말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잔류를 이룬 뒤 축제 분위기에서 팬들 앞에 선 적은 있었다. 격세지감이다. 그동안 2012시즌 극적인 1부 잔류, 2022시즌 파이널A 마감으로 환희였던 추억은 금세 사라진 상황이었다.

강원 구단이 제공한 당시 동영상을 보면 최 감독과 서포터스의 스탠딩 면담 초반, 긴장감이 감돌기는 했다. 서포터스 회장이 사회자 역할을 맡으며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우려는 잦아들기 시작했다. 현재의 성적 부진과 앞으로 타개책을 묻는 책임 추궁성 질문이 먼저 나오자 최 감독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사과했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 감독은 "전력 구성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등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다른 이유를 떠나 저를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거듭 죄송하다"면서 "여름 이적시장이 되면 전력 보강을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팬들께서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여름까지가 아니라 당장 다가 올 포항, FC서울전을 어떻게 대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최 감독은 "여름까지 그냥 기다리지 않겠다. 눈 앞에 닥치는 경기들도 우리에겐 몹시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팬들은 "선수들의 멘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좀 더 강인한 정신력을 보이도록 이끌어 달라", "선수들이 심판 판정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심판의 눈치를 보는 시간에 경기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등 민감한 질문과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이에 최 감독은 질문 하나하나에 답변을 하며 팬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히 최 감독은 팬들의 지적에 "동의한다"고 먼저 공감한 뒤 "패할 때 패하더라도 실망스럽게 하지 않는 경기력을 펼치도록 모두 반성하고 팬들의 지적을 적용하겠다. 오늘 이런 시간이 보약이 됐다는 생각이 들도록 강원의 원래 모습을 회복하겠다"고 화답했다.

결국 긴장했던 만남의 시간 마지막, 보기 드문 반전이 연출됐다. 서포터스 회장이 "현재 우리가 믿을 것은 최 감독밖에 없지 않은가. 박수로 마무리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최용수 파이팅' 구호와 함께 격려 박수가 터져나왔다. 인사를 나누던 최 감독을 향해 "최용수!"를 외치는 연호가 쏟아진 이날 현장, 감독 호출 '사건'이 아니라 '미담'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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