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라고 예금 금리 내렸는데… 中, 소비 대신 재테크에 257조 뭉칫돈
저금리 예금 흥미잃은 소비자, 재테크 상품에 눈 돌려
아직은 안전지향…“증시 회복돼야 자본시장 자금 지속 유입”
중국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자 갈 곳을 잃은 가계의 여윳돈이 재테크 상품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금 금리를 인하하면 저축할 돈으로 소비에 나설 것이란 중국 정부의 예측이 어긋난 셈이다. 다만 아직 자본시장이 환호하기엔 이르다.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자금 대부분이 안전투자형 상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 증시의 회복 여부에 따라 자본시장의 활기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중국 경제매체인 차이신과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최소 12곳 이상의 시중은행이 최근 예금 금리를 적게는 20bp(1bp=0.01%포인트), 많게는 55bp를 한 번에 인하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은행들의 고금리 예금 상품의 단속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에 따라 예금 금리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일부 은행의 경우 이를 초과한 고수익 상품을 판매해 왔다. 기준에 맞춰 이번에 대대적으로 예금 금리를 손본 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핑안은행은 항저우, 닝보, 원저우 지점의 1일, 7일 통지예금 금리를 각각 0.95%, 1.50%로 공지했다. 이전 금리 대비 각각 30bp, 45bp씩 낮아진 수준이다. 통지예금은 예금 인출 하루 또는 7일 전 은행에 사전 예고해야 하는 상품이다.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 성격이 짙은데, 시중은행들은 이 상품의 금리를 높여 고객을 유치해왔다. 톈푸은행과 구이린은행도 1일, 7일 통지 예금 금리를 55bp씩 인하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 회복의 주요 동력인 소비 진작을 위해 올해 내내 시중은행에 예금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소비 대신 저축을 늘려왔다. 이에 지난해 중국의 가계 저축은 17조8400억위안(약 3416조원)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9조9000억위안(약 1896조원) 더 늘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 “뒷걱정 없이 과감하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금 금리가 낮아지자 중국 가계는 은행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4월 위안화 저축은 전월 대비 4609억위안(약 88조원) 감소했는데, 이중에서도 가계 저축이 1조2000억위안(약 231조원) 줄어들면서 전체 감소세를 주도했다. 전체 위안화 예금이 감소한 것은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은행 예금에서 이탈한 돈이 직접 소비로 흘러가기보다는 자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말 은행의 재테크 상품 잔액 규모는 27조3700억위안(약 5255조원)으로, 전월 대비 1조3400억위안(약 257조원) 늘어나며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국가재정개발연구소의 정강 부국장은 “재테크 상품 증가액은 같은 기간 발표된 가계예금 감소액과 비슷하다”며 “예금에 있던 자금이 자산관리 상품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즈밍 초상증권 애널리스트는 “재테크 시장이 성장 경로에 진입했고, 올해 11월 30조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중국 자본시장 회복세가 굳어지려면 가계 자금의 증시 유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국 증시는 경기 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상해종합지수는 올 들어 6.5% 오르는 데 그쳤고, 항셍지수와 심천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0.8%, 2.2% 상승했다.
쉬에홍옌 싱투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아직 투자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위험 선호도가 낮은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회복은 예금 이동을 촉진시켜 공모펀드, 고수익 재테크 상품을 띄우고, 이는 주식시장 회복을 견인해 또다시 예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는 고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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