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되찾은 보라카이···다시 '쉼'이 돌아왔다

보라카이=김지영 기자 2023. 5.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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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보라카이
일시 폐쇄에 코로나 덮쳐 자연 회복
쓰레기·음주가무 사라진 화이트비치
하얀 모래·쪽빛 바다 '그림같은 풍광'
스노클링하며 형형색색 열대어 보고
무동력보트 파라우 타고 일몰 감상도
자전거로 오른 루호산선 섬 한눈에
세계 3대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에서 관광객이 해변가를 걷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서울경제]

하얀 모래 옆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해가 질수록 바다와 하늘이 점차 연보라색으로 바뀌면서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바닷속뿐만 아니라 해변에도 쓰레기는 한 점도 없다. 시끄러운 음악, 과도한 음주 없이 오롯이 자연과 하나 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필리핀의 보라카이다.

보라카이가 과도한 관광객의 방문으로 잃었던 ‘초록색’을 되찾았다. 비결은 환경오염으로 2018년 6개월간 섬을 폐쇄한 데 이어 코로나19 유행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다. 보라카이를 방문하고 싶은 관광객에게는 아쉬운 시간이었지만 보라카이로서는 자연이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었다. 엔데믹으로 보라카이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다시 급증하는 가운데 필리핀관광부는 환경보호와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관광객들이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를 거닐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노래·음주 대신 평화 찾은 화이트비치=실제로 최근 가본 보라카이는 수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는데도 초록빛 바다, 깨끗한 해변 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세계 3대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이트비치’만 봐도 쓰레기로 골치를 앓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보라카이를 엿볼 수 있다. 화이트비치는 산호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백사장으로 하얗고 가는 모래로 유명하다. 통상 해변가에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모래 속으로 푹푹 빠져 걷기 어려운 것과 달리 화이트비치는 걷기 편한 게 특징이다. 약 4㎞에 달하는 해변가를 거니는 동안 빈 맥주 캔, 속이 파인 코코넛 껍질 등 쓰레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이트비치에서 음식을 먹거나 흡연·음주를 할 수 없도록 정부가 규제한 덕분이다.

2018년 이전과 달리 이제는 화이트비치에서 시끄럽게 음악을 틀 수도 없다. 댄스 파티, 비어 파티도 금지다. 대신 해변가에 위치한 식당,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일몰을 보며 먹고 마실 수 있다. 보라카이를 찾는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라카이의 바다가 에메랄드빛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보라카이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175만여 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5배가량 많은 규모다.

보라카이의 푸카비치에서 관광객이 투명 카약을 타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보라카이에서 관광객들이 스노클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바닷속까지 완전한 회복=회복된 자연의 모습은 ‘호핑투어’에서도 이어진다. 호핑투어는 보라카이 인근 섬과 해변을 배로 한 바퀴 돌며 카약·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레저 활동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바다 날씨, 가격 등에 따라 방문하는 섬의 개수, 경로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대체로 호핑투어에서 ‘푸카비치’는 빠지지 않고 들르는 장소다. 푸카비치는 잘게 부서진 조개로 뒤덮인 해변으로 화이트비치와 달리 호텔·리조트가 아예 없다. 푸카비치에서는 투명 카약을 타고 푸른 바닷속을 구경할 수 있다. 일리그일리간비치 일대에서는 스노클링이 추천된다. 검은색·파란색·노란색 등 색색의 작은 열대어들을 구경할 수 있다.

세계 3대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에서 관광객들이 일몰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자전거 타고 친환경적 구경하기=코로나19 이후 필리핀관광부는 지속 가능한 관광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자전거투어’다. 자전거를 타고 보라카이의 일대를 구경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연 친화적인 투어로 꼽힌다. 한낮에 보라카이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점을 고려하면 자전거투어는 새벽 시간대 일출을 즐기며 할 만한 액티비티로 추천된다. 자전거는 뉴코스트 지역에 위치한 벨몬트호텔에서 빌릴 수 있다. 키홀까지 30여 분을 자전거를 타고 일출을 즐기는 코스다.

1~2시간 더 오래 자전거를 타고 싶은 관광객에게는 전기자전거도 대여된다. 오르기 힘든 언덕까지 전기자전거로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이때 추천되는 코스가 해발 100m에 달하는 루호산까지 가는 코스다. 산 정상에 섬의 360도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임시 전망대가 있어 한낮에도 이용하는 관광객이 많다.

보라카이에서 관광객들이 무동력 세일링 보트인 ‘파라우’를 타고 일몰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 외에도 오직 바람에만 의지한 채 돛을 조절해 가는 ‘파라우’를 타고 일몰을 즐길 수도 있다. 화이트비치의 중심에 위치한 디몰쇼핑센터 내 레스토랑·바에서 다양한 음식과 술을 맛보는 것도 가능하다. 지도에서 찾기 어려운 이 작은 섬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은 이 같은 매력 때문이다. 2022년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서 세계 최고의 섬 20 부문 중 보라카이는 9위를 차지했다. 필리핀관광부 측은 “보라카이는 해외 관광객뿐 아니라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휴양지”라며 “세부·보홀과 달리 해양 액티비티 외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 협조: 필리핀관광부·필리핀관광진흥청

보라카이=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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