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마노아의 충격적인 추락[슬로우볼]

안형준 2023. 5.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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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5월 16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4-7 패배를 당했고 3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타선이 양키스 마운드에 초반 묶인 것도 이유였지만 선발투수 알렉 마노아가 무너진 것이 컸다. 마노아는 이날 4이닝만에 5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어떤 투수든 부진할 수 있다. 하지만 마노아는 사실상 올시즌 내내 부진하고 있다. 마노아가 시즌 9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45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5.40. 지난해 31경기에서 196.2이닝, 16승 7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던 선수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마노아는 지난해 선발등판 경기 당 6.1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이닝이터였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당 투구이닝이 정확히 5이닝이다. 이닝 소화능력이 뚝 떨어졌다. 체력의 문제가 아니다. 긴 이닝을 던질 수 없는 피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구력. 마노아는 지난해 9이닝 당 볼넷 허용이 2.33개인 안정적인 제구력을 가진 투수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180도 달라졌다. 9이닝 당 볼넷이 무려 6.4개. 16일 경기에서는 개인 커리어 한 경기 최다인 7볼넷을 허용했다. 지난해 196.2이닝 동안 볼넷 51개를 내줬던 마노아는 올시즌 45이닝만에 32볼넷을 허용했다.

볼넷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닝 당 투구 수가 늘어나고 이는 곧 투구 이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닝 당 14.99개의 공을 던진 마노아는 올시즌 이닝 당 투구 수가 무려 18.93개다. 5이닝이면 이미 투구 수가 100구에 육박하는 것이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마노아는 올시즌 상위 17%인 익스텐션(투구 판에서 공을 놓는 지점까지의 거리)과 상위 40%인 패스트볼 회전 수를 제외한 모든 지표가 리그 평균 이하고 거의 대부분의 지표가 하위 20% 이내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평균 시속 93.9마일이던 포심 구속은 올해 평균 시속 92.9마일로 1마일 떨어졌다. 구속도 떨어지고 제구도 불안해지니 당연히 성적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현지에서는 마노아의 올시즌 가장 큰 문제로 슬라이더를 꼽고 있다. 평균 시속 1마일의 구속 하락은 좋은 징조는 아니지만 경기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주무기 중 하나인 슬라이더의 문제는 성적을 완전히 좌우할 수 있다.

마노아는 원래 리그 최상위권의 슬라이더를 투수였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마노아는 데뷔시즌(2021) 6.4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구종가치 4.6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시즌 마노아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8.1로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2021시즌 마노아의 슬라이더는 횡으로 15.5인치, 종으로 41.8인치의 움직임을 보였다. 횡 움직임은 리그 평균에 비해 무려 7.9인치나 컸다(종 +0.6인치). 지난해에도 횡 14.5인치, 종 41인치의 움직임을 보였고 횡 움직임은 리그 평균보다 6.2인치가 컸다(종 +0.7인치). 하지만 올시즌 마노아의 슬라이더는 횡 12.7인치, 종 40.6인치의 움직임을 보여 리그 평균보다 횡으로는 3.8인치 더 움직이는데 그치고 있고 종 움직임은 오히려 평균 이하(-0.1인치)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피안타율이 0.190에 그쳤던 마노아의 슬라이더는 올시즌 피안타율이 무려 0.353이다. 여기에 제구도 한 몫을 하고있다. 낮은 쪽 보더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돼야 할 슬라이더의 '탄착군'은 올시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거나 한가운데 몰리거나 둘 중 하나인 모습이다. 속도는 줄어들고 각도는 무뎌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들어오니 타자들 입장에서는 손쉬운 먹잇감일 수 밖에 없다.

슬라이더는 마노아의 결정구였다. 마노아는 2021시즌 슬라이더로 53차례 삼진을 잡아냈고 지난해에도 64개의 탈삼진을 슬라이더로 기록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슬라이더로 삼진을 단 6개 밖에 잡아내지 못했다. 올시즌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한 비율은 단 7.4%에 불과하다. 보더라인으로 향하는 슬라이더가 눈에 띄게 줄어들다보니 타자들도 속지 않는다. 올시즌 슬라이더의 헛스윙 유도율은 24.2%로 지난해 31.8%에서 뚝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가 슬라이더지만 다른 공도 커맨드가 좋지 않다. 싱커는 대부분이 스트라이크 존 높은 쪽과 가운데로 향하고 있고 체인지업도 좀처럼 낮은 제구가 되지 않고 있다. 낮게 던져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공들이 대부분 높은 쪽으로 향하니 위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 올시즌 기록 중인 지표로는 좀처럼 장점을 찾을 수가 없다. 구단과 현지 언론들도 마노아가 아직 유지하고 있는 긍정적인 면으로 '멘탈'을 꼽고 있다. 거듭된 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은 분명 중요한 요소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자신감을 갖고있다는 것 외에는 마노아에게 유리한 다른 지표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른 젊은 에이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현 시점에서는 이렇다 할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과연 마노아가 이대로 무너질지 아니면 다시 제구를 회복하고 지난해의 위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알렉 마노아)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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