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기일 감독과 '훈련 집합'쓴 기자간의 대담 [남기일 인터뷰上]
[서귀포=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딱 2년전인 2021년 5월12일. 스포츠한국은 '"패배 후 훈련장 집합" 제주 남기일 감독, 선수단에 망신당한 사연'이라는 단독보도를 전한 바 있다. 당시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수원FC와의 리그 경기 후 곧바로 훈련장에 선수단을 소집, 추가훈련을 하려했지만 선수단 반발로 무산됐고 이를 스포츠한국이 보도했다.
이 기사는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일이 사실로 밝혀지고 남기일 감독의 '강성' 이미지에 쐐기가 박혔다. 아무래도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남 감독과 필자의 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사이 남기일 감독과 만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2년이 지나서야 기자와 마주보고 정식 단독 인터뷰를 나누게 됐다.
이 인터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제주는 지난 14일 수원FC 원정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5연승을 내달렸다. 최근 9경기에서 8승1패.
제주는 2월26일 개막부터 4월2일 울산 현대전까지 2무3패로 리그 꼴찌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4월9일 강원FC전 마수걸이 승리 이후 FA컵 포함 3연승을 내달렸고 전북 현대에게 패하긴 했지만 4월26일 광주FC전 승리 이후 이날 경기까지 무려 5연승을 내달렸다.
4월9일 6라운드부터 5월14일 13라운드까지 해당기간만 놓고보면 제주는 울산을 넘어 K리그 1위다(제주 승점 21점, 울산 승점 19점 2위). 5라운드 종료 시점 꼴찌였던 순위는 13라운드 종료 후 3위까지 올라섰다. 남기일 감독도 2013년부터 감독생활을 한지 10년이 됐지만 5연승을 내달린게 처음이다.
이 놀라운 성적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2년전 '그' 기사가 남기일 감독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대담 형식으로 풀어봤다.
기자 : 무서운 상승세다. 일단 부진의 마지막이자 반전의 시작이었던 5라운드 얘기를 해보자. 4월2일 홈에서 울산 현대에게 1-3 완패를 당했다. 취재를 해보니 울산전 패배 후 남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화를 낼만한 상황인걸 선수들 스스로 알기에 화를 내지 않는 남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이 되려 놀랐다고 하더라.
남기일 : 경기가 끝나고 곧바로 화를 내면 안좋은 얘기가 입에서 나오지 않겠나. 다음날쯤 시간이 흘러 얘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제 전술적 실수가 컸던 경기였다. 제 전술적 패착이 뼈 아팠다. 진짜 내가 잘못한 경기였다. 물론 울산을 상대로 잘하긴 쉽지 않지만 홈에서 완패를 당해 많은 팬들 앞에서 부끄러운 마음도 컸다. 그 두 가지 감정 때문에 선수들에게 화를 내는건 우선이 아니었다.
기자 : 그래도 솔직히 감독님 스타일상 재작년이나 작년 같았으면 5경기 2무3패 정도의 부진이면 선수들에게 이미 화를 내지 않았겠나. 꼭 감독님이 아니라도 어떤 지도자라도 그정도 좋지 않은 성적은 화를 내기에 이유도 충분하다고 본다.
남기일 : 제가 화를 낼 때는 딱 두 가지다. 선수들이 100%를 다하지 않거나 팀에 해를 끼칠 때. 그날은 선수들이 100%를 다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팀과 변화를 주려면 바로 그럴 때 화를 내지 않는게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들 제가 선수단에 막 화를 내고 휘어잡는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일 년에 한두 번은 잡을 때가 있다. 그건 어떤 팀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 아닌가. 이왕 잡을거 제대로 잡아야지. 한번 잡을 때 크게 잡다보니 선수들이 크게 느껴서 문제 아닌 문제였던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년에 잡아봤자 한두 번 혹은 세 번이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선수들에게 눈으로 화는 내도 말로는 칭찬을 하자'고 다짐했다. 지금 당장 화를 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 마음은 혼자 가져가 삭히고 선수단이 스스로 생각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게 더 중요하더라.
기자 : 지난 겨울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도라도 닦은듯한 심경변화의 이유가 있을까.
남기일 : 하하. 그런건 아니다. 선수들과 면담할 때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이곳에 행복하려고 왔고 행복해지려고 왔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선수들 너희도 행복해야 한다. 너희도 행복하려고 이곳에 왔는데 행복하려면 결국 우리일을 잘하고 나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첫 두경기정도를 빼고는 선수단 부상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6라운드 강원FC전을 준비할 때 필드 플레이어가 16명뿐이었고 4명이 U-22 선수들이었다. 11대11로 자체 연습경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자가 많았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화를 내어 무엇하겠나. 달라지는건 없다. 결국 문제는 안에 있다. 생각을 깊이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도 힘들었다. 경기장에 관중들은 늘어나는데 이겨야 재밌지 않나. 그런데 경기가 마음대로 안되니 솔직히 힘들고 부끄러운 부분이 컸다. 특히 홈에서 265일만에 승리할정도로 오래 이기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 취재하신대로 선수들이 이미 '감독이 왜 화를 안내지'라고 생각하며 깨닫지 않나. 화를 낸 것과 다름없는 반응인 셈이다.
기자 : 그래도 정말 울산전 패배 후 라커룸에 들어갈 때 '화를 낼까 말까' 고민하진 않았나?
남기일 : 정말 생각 안했다. 솔직히 들어가면서 '내가 왜 전술을 이렇게 했을까'하는 자책의 마음이 가장 컸다. '선수들이랑 더 소통해서 전술을 짤걸'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경기 다음날 구자철 등 주장단 선수들을 불러 면담을 많이 했다.
기자 : 선수들을 불러서 얘기하면 솔직하게 얘기하나? 아무래도 감독-선수의 관계가 어려워 다 얘기하긴 쉽지 않을 수 있지 않나.
남기일 : 올해부터 최영준 주장에 구자철-안현범-김오규-정운-김동준으로 이어지는 부주장으로 '주장단'을 운영 중인데 이 주장단을 둔 것이 확실히 효과가 있다. 선수들이 주장단을 통해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얘기하면 주장단은 '전달받은건데…'라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저 역시 주장단을 통해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게 아니라 주장단이라는 완충제가 있다보니 오히려 선수들이 스스로 변화하기도 한다.
기자 : 주장단이 작용한 구체적 사례가 있을까?
남기일 : 5월6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이기긴 했지만 안현범이 좋지 못했다. 안현범 쪽에서 수비 실수가 있어 선수들끼리도 경기 중에 얘기하는게 보였다. 그래서 경기 후 주장단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얘기를 했다. 물론 주장단에 안현범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안현범을 두고 어떻게 할지 상의를 했다.
주장단에서 '믿음을 줬으면 좋겠다. 안현범을 기다려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그래 너희들의 의견을 따르겠다. 믿음을 주겠다. 다른 말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주장단에게도 '안현범이 열심히 하고 나아지게 너희가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경기였던 홈 인천전에서 안현범이 어땠나. 결승골을 넣고 수훈선수 활약을 하지 않았나. 심지어 인천과의 경기직전에 안현범이 갑자기 라커룸에서 안하던 일장연설을 하며 동료들을 격려하더라. 바로 이런게 화를 내기보다 오히려 유하게 대화를 통해 풀어가니 선수들이 스스로 해낸 것이다.
화를 냈다면 그때뿐이겠지,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니 더 효과적인 팀 운영이 된다는걸 저 역시 깨달은 사례다. 이게 더 길게 가는 방법이더라. 아 물론 화를 낼때도 있는데 그건 일년에 한두번이고 기강을 잡을 때 크게 잡다보니 와전된 것도 알려지고 그러더라.
기자 : 말이 나왔으니 내친 김에 얘기해보자. 2년전 '훈련집합' 기사말이다.
남기일 : 설명을 드렸지만 당시 오후 2시 경기에서 패한뒤 느낀게 교체 선수들의 결정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교체선수들의 결정력 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클럽하우스에 가자마자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와라'고 했는데 선수들이 겁을 먹은거다. 선수들은 경기 직후고 다음 경기를 위해 휴식을 원하는게 당연했는데 물론 소통이 안됐다. 그리고 기사에 나온대로 이례적인 것도 맞다. 하지만 난 선수들을 발전시키고 싶었다. 선수들이야 오해할 수 있고 외부에서도 징계성으로 훈련한다고 볼 수도 있는건 맞다. 하지만 경기를 45분도 안뛴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훈련 시킬 수 있다. 감독이 '경기 끝났으니 집에 가'라고 하는게 편할 수 있지만 굳이 선수들을 훈련시킨다는건 선수들이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절대 선수들을 징계나 탓하는 뺑뺑이 훈련을 시키려던게 아닌데 선수들이 오해해 반발했다.
기자 : 기사 이후 선수들과 대화를 했다고 들었다.
남기일 : 기사가 나간 후 선수들이 호텔방으로 찾아와 '죄송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 역시 미안하고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덕분에 끈끈해졌다. 선수들과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방식이 틀리진 않았지만 서로 달랐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근데 솔직히 경기 지고 곧바로 선수단과 소통하기 쉽지 않지 않나. 그건 이해해달라. 그리고 당시 제주에서 2년차였고 선수단 기강이 해이해졌던 것도 있었다. 기자님이 기사를 쓴것도 이해하고 맞다. 충분히 기사를 쓸만한 일이고 기자라면 그런 기사를 써야한다고 본다. 그 기사를 통해 선수들과의 소통, 미디어와의 소통 등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남기일 "나는 '스페셜 원'이 아니다" [남기일 인터뷰下]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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