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경기 악화하는데 부채한도 악재까지…투심 '털썩'
소비 0.4%↑…일각 "인플레 착시"
바이든, 협상 난항에 亞 순방 단축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약세 압력을 받은 끝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굴지의 소매업체 홈디포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으면서 투자 심리는 장중 내내 약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졌다.
‘실적 부진’ 홈디포에 투심 악화
1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1% 하락한 3만3012.14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64% 내린 4109.90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18% 떨어진 1만2343.05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44% 내린 1736.18을 나타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소비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홈디포의 실적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날 홈디포는 올해 1분기 3.82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80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매출액은 372억6000만달러로 월가 예상치(382억8000만달러)를 하회했다. 홈디포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시장의 매출액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시장 컨센서스를 이렇게 큰 폭 밑돈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CNBC는 전했다.
리처드 맥페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 △서비스로의 지출 행태 변화 △지난 봄 미국 서부의 추위 등을 부진한 실적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홈디포는 올해 회계연도 동일점포 매출이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보합권 전망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홈디포 주가는 이날 2.15% 떨어졌다. 홈디포는 다우 지수 30개 회사에 들어가는 곳인 만큼 다우 지수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더 컸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홈디포를 둘러싼 거시 환경은 훨씬 더 나빠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 주요 소매업체들의 향후 흐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1.38%), 타깃(-2.28%), 메이시스(-3.53%) 등 주요 유통업체 주가는 모두 내렸다.
소비 0.4%↑…일각 “인플레 착시”
개장 전 나온 소비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게 나왔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월인 올해 3월(-0.7%) 큰 폭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8%)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소비가 미국 경제를 여전히 떠받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에 육박하는 소비는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이번 수치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덮치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로니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보고서는 추후 소비 전망에 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다만 소비 지출 호조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높은 가격을 반영한 착시라는 분석도 있다. EY-파테논의 리디아 보우소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소매 판매는 완마한 반등을 보였지만 이는 더 높아진 가격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 긴축이 워낙 가팔랐던 만큼 경기 하강 국면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실제 이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은 금리 인상을 중단할 만한 지점에 있지 않다”며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입수한 데이터를 통해 보면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 지표들도 양호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집계를 보면, 이번달 주택시장 심리지수는 50으로 전월 45보다 상승했다. 5개월 연속 상승세다. 또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고 연준은 밝혔다. 시장 예상치(0.1% 증가)를 상회했다.
바이든, 협상 난항에 亞 순방 단축
무엇보다 최대 관심사는 이날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부채 한도 협상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17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는 21일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까지 G7 정상회의를 소화한 이후 24일까지 파푸아뉴기니와 호주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두 국가를 방문하는 일정은 취소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한도 상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 만큼 협상 불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선택지가 아니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과 재정 지출 삭감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지출 감축 여부가 협상의 관건인 셈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행사에서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르면 다음달 1일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며 “이는 경제와 금융에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빌 메르츠 수석전략가는 “S&P 지수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3800~4200 범위에서 갇혀 있다”며 “이는 정책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라고 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내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12%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16%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34%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35% 하락한 배럴당 70.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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