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의 대관식 [특파원 칼럼]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5. 17.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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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까지만 해도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해고 위기에 있었다.

2005년부터 JP모건체이스를 이끌기 시작한 그는 19년 만에 불명예퇴진이 예상됐다.

사실 현재의 JP모건과 그 위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지만 항상 라이벌들의 견제를 받아왔다.

3월부터 시그니처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고 위기가 다른 지방은행에 전염될 우려가 제기되자 미국 정부는 월가와 다이먼에게 'SOS'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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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


3월까지만 해도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해고 위기에 있었다. 2005년부터 JP모건체이스를 이끌기 시작한 그는 19년 만에 불명예퇴진이 예상됐다. 사실 현재의 JP모건과 그 위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지만 항상 라이벌들의 견제를 받아왔다.

그에게 덮어씌워진 이슈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금융거래였다. 헤지펀드 출신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2019년 체포돼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JP모건이 그 전에 엡스타인의 혐의를 알면서도 거래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다이먼은 엡스타인과의 거래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성범죄에 같이 연루된 것도 아닌지라, 엡스타인과 금융거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연좌제 추궁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다이먼은 사내정치나 사사로운 스캔들에 대한 자질구레한 해명보다는 본업에 집중하면서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 기념비적인 사건이 지방은행 위기다.

3월부터 시그니처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고 위기가 다른 지방은행에 전염될 우려가 제기되자 미국 정부는 월가와 다이먼에게 'SOS'를 요청했다. 정부는 파산한 두 은행의 예금을 모두 책임지는 방식으로 예금보험공사(FDIC)를 내세워 가까스로 초기대응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턴 재정난으로 인해 직접 처치가 곤란했다.

미국 정부는 연방부채한도에 직면했고 야당인 공화당의 눈치를 봤다. 긴축정책을 하다가 지방은행 때문에 갑자기 대출을 해준 중앙은행은 "또 다른 양적완화"라는 비난을 들었다. 손 내밀 곳은 월가 밖에는 없었다.

다이먼은 지방은행의 위기가 뱅크런 때문이라는 본질을 꿰뚫었다. 그래서 다음 데스노트에 시달리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에 300억 달러 예금이전이라는 해법을 냈다. 지방은행에서 탈출해 대형은행을 찾은 예금은 본디 그들 것이니 잠시 돌려주자는 아이디어였다. 다이먼이 내놓은 공생의 해법에는 경쟁사인 골드만삭스나 웰스파고도 동참했다.

예금이전은 미봉책이었지만 연쇄부도를 끊고 시간을 벌어주기엔 충분했다. 그 사이 유럽계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넘어졌고, FRC의 위기는 4월 말 1분기 실적보고서 이후에야 재발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에서 금이 간 컵에 물이 오래 담길 리 없었다.

사실상 파산한 FRC를 붙들고 정부가 민간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 유력했던 후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였다. BOA는 FRC의 전 주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슬쩍 장부를 훑어보고는 제 코가 석자라며 줄행랑을 쳤다. 곁다리로 PNC파이낸셜과 시티즌스가 나섰지만 정부가 보기엔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수준이었다.

미국 정부의 희망은 다이먼 밖에 없었다.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 뮤추얼을 인수하고도 탈을 내지 않은 믿을 수 있는 인물 말이다. FRC 고문 지위를 내려놓은 다이먼은 실사팀과 함께 딱 사흘 만에 정부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인수구조를 짜냈다.

다이먼은 자산보다 부채가 110억 달러나 많던 FRC를 총 606억 달러에 분할 납부로 인수하는 제안을 내놨다. 미국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꿔준 급전만 930억 달러였으나 이 덕분에 84억 달러 이하의 순손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다이먼이 재구조화한 FRC 대차대조표는 자산이 1860억 달러이고, 부채는 1826억 달러다. 앉아서 34억 달러가 넘는 자본을 만들어낸 셈이다.

두 달 전까지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돌팔매를 던지던 군중들은 조용해졌다. 물론 다이먼이 FRC 인수에서도 특혜를 얻었으며 미국 은행계가 '대마불사'로 가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다이먼은 이에 대해, "우리는 크고 성공적인 은행이 필요하다. 미국을 위한 관점에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내게 직접 전화하라"고 일축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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