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촌·농업 관련 법령, 전면 정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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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법률을 제대로 고치는 것과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 중 어느 것이 쉬울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후자가 더 쉬울 수 있다.
물론 현재 농촌과 농업이 마주한 여러 문제에 대책을 세우기 위해 법률을 만든 것이지만 과연 이 법률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문제는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에게는 너무나 중요한데, 법률이 아니라 시행규칙에서 다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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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법률을 제대로 고치는 것과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 중 어느 것이 쉬울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후자가 더 쉬울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법률을 추진한 주체들이 자신의 성과로 이를 내세우기도 쉽다. ‘이런 법률을 개정했다’고 하는 것보다 ‘이런 법률을 새로 제정했다’고 하는 것이 뭔가 더 큰 일을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기존 법률이 실효성을 갖도록 손보는 일인 경우가 많다. 이미 있는 법률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데 새로운 법률을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자꾸만 새로운 법률을 만든다. 2003년 1057건이던 법률수는 2023년 5월 현재 1601건으로 늘어났다. 불과 20년 사이에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행령·시행규칙은 제외하고 국회가 만든 법률만 계산한 결과다.
농업·농촌 분야에서도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10년 이내 제정된 법률만 하더라도 시행 예정인 것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많다. 시행을 앞둔 ‘농어업 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 중인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현재 농촌과 농업이 마주한 여러 문제에 대책을 세우기 위해 법률을 만든 것이지만 과연 이 법률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법률이 늘어나다보니 여러 법률과 그 법률에 근거한 계획들이 뒤엉켜서 점점 더 복잡해지며 난해해지고 있다. 정책이나 법률은 일반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법률은 많이 만들어지는데 정작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세부적인 사항은 시행령·시행규칙·고시에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시행규칙·고시가 상위 법률과 맞지 않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양곡관리법의 경우 2019년 ‘자동시장격리제’를 도입한다면서 법률을 개정할 때 세부사항을 법률에서 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지금도 친환경농업 관련 법률의 내용과 시행규칙의 내용이 사실상 상충하고 있다. 법률에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친환경농업’이라고 규정하는데 시행규칙에서는 농약이 검출되지 않을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업에 관한 국제 기준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 농약이 검출되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인근 농지로부터 날아들거나 토양오염 등으로 인해 농약이 검출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에게는 너무나 중요한데, 법률이 아니라 시행규칙에서 다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법조문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보니 해석을 둘러싼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 똑같은 조문에 대해 법제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석이 다른 사례를 접했다. 이래서야 어떻게 일관성 있는 행정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지금은 농촌·농업 관련 법령을 전면적으로 정비할 때다. 기존 법률을 개정해 실효성을 강화하고, 법률과 시행령·시행규칙·고시가 부합하지 않는다면 다시 손봐야 한다. 또한 법조문의 해석이 불분명할 경우 법개정을 통해 법조문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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