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우리 건축의 올바른 이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 시대의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이해도 마찬가지다.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사상과 지혜를 알아야만 비로소 해당 건축물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해외 문화와 우리 문화의 다름이 무엇이고 어떤 정신이 서려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미학을 알아가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의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이해도 마찬가지다.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사상과 지혜를 알아야만 비로소 해당 건축물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건축은 인류가 정착해 수천년 동안 그 지역에 살면서 갖게 된 정신과 자연환경의 한계 조건에서 만든, 지혜와 과학의 최적화된 구조물이다.
서대구나들목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1시간 정도를 가면 도동서원이 나온다. 서원에 도착하면 먼저 400년의 세월 동안 오롯이 서서 오고 가는 무수한 사람들을 맞이해온, 마치 서원을 호위하는 듯한 우람한 자태의 은행나무가 반겨준다.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위치한 도동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의 서원 중에 하나이며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1454∼1504년) 선생의 도학과 덕행을 숭앙하기 위해 세워졌다. 또 양반 자제 교육, 성리학 연구, 선현들에 대한 제사의 목적도 있다. 도동서원은 앞쪽에는 교육 관련 시설을, 뒤쪽에는 제향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서원의 기본 배치법인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도동서원의 건물 중에는 유생들이 공부했던 중정당(中正堂)이 있다. 이 중정당은 유럽의 학교 건물과 비교하면 초라하고 멋도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는 유럽의 학교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정신과 마음이 담겨 있다. 건물의 기단을 자세히 보면 크기와 색깔이 상이한 돌이 빈틈없이 서로 맞물려 일체가 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성을 다해 학교를 짓고자 유생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돌들로 건축을 한 까닭이다. 여기에는 유생들이 서로 도와 다 같이 잘 살아가자는 상생(相生)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와 같이 건물에는 그 건물을 지을 당시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어느 문화가 더 좋고 아름다운지를 외부로 보이는 지표로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해외 문화와 우리 문화의 다름이 무엇이고 어떤 정신이 서려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미학을 알아가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건축은 이처럼 아름다운 마음뿐만 아니라, 자연 중심의 사고 속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막힘이 없는 정신이 숨어 있다. 또한 혹한의 겨울과 혹서의 여름이라는 두 극단적인 계절을 극복하는 창조적 과학과 암반지대의 얇은 토양층으로 곧게 자라지 못해 건축 자재로는 부적합한 소나무도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창조적 지혜가 담겨 있다.
이규혁 건축가·한옥작가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