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더 이상 법원에 양보하지 말고

정원선 2023. 5.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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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이는 2023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한 판결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위 판결 이전에도 혼인 중이 아닌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었다(2022년 11월 24일 결정). 대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위 판결에서 설시한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의지와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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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변호사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이는 2023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한 판결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위 판결서의 내용 중 부적절한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 판결은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오게 된다.

‘서울고등법원 2022누32797판결 보험료부과처분취소’.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실혼 이성 배우자와 달리 동성 결합 상대방이라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상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라고 판단했으며, 이는 1심의 판단을 뒤집은 판결이었다. 선고 이후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하여 진일보한 판결’,‘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하에서 위헌적인 판결’이라는 각각의 프레임 속에 소나기처럼 사설이나 칼럼들이 쏟아졌다.

판결서를 수차례 읽어봤지만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동성 결합 상대방’과 ‘사실혼 관계의 이성 배우자’를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평등원칙 위반인지”라는 쟁점에 집중했다. 오히려 법원은 동성결합 관계에서는 사실혼이 인정될 수 없다고 명백히 설시했다. 다만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은 모두 법률적인 의미의 가족관계나 부양의무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 양자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보면서,‘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상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할 것이나, 2심 결과가 유지되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해당 사건에만 미치기 때문에 쟁점이 되었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다시 위 인용 구절로 눈을 돌려본다. 소수자에 대한 보호가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는 없지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국가기관이 명백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위 판결 이전에도 혼인 중이 아닌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었다(2022년 11월 24일 결정). 대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위 판결에서 설시한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의지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을 찾아다니기에 국민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많이 들여야 한다. 법원은 당, 부당을 판단하는 기관일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기관은 아니다. 제도개선을 하고 문제해결을 하라고 국민이 권한을 위임한 기관은 행정부와 입법부다. 모든 법과 제도가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처지라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억울하기에 충분한 설명과 이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충분한 설명과 이유를 내어줄 수 없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 이전에 적어도 한 가지는 해야하지 않을까. 법원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될 만큼의 설명을 할 수 있거나, 아니면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 잡거나. 더 이상 법원에 양보하지 마시라.

■ 정원선=△사법연수원 37기 △정원선법률사무소 △춘천법원강릉지원 조정위원 △강원영동해바라기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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