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그늘' 임대차법 3년[MT시평]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2023. 5. 1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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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확대되면서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로 사회초년생이고 신혼부부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사실 '전세사기'라는 용어는 최근 신조어처럼 사회 각계각층에서 회자하고 있다. 그럼,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전세사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직접적으로는 전세값의 급등과 곧 이어진 전세값의 급락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전세값의 급등은 무자본 갭투자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건축왕','빌라왕','빌라의 신' 등 신조어를 낳았다. 그리고 전세값의 급락은 소위 '깡통 전세'를 양산하면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에게 고통이 되었다.

사실, 최근 전세시장은 2021년과 2022년에 매우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여줬다. 2021년 12월 기준 수도권의 연간 전세가격 평균 상승률은 7.4%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전세가격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2022년 수도권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연 -8.3%를 기록하면서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하락을 기록했다. 불과 한 해 간격으로 전세값의 급등과 이어 급락을 보여준 것이다.

그럼, 2021년을 전후로 전세시장의 급변을 가져올 만한 커다란 사건이나 경제적 현상이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던 시기로 원자재가격 급등, 글로벌공급망의 위기, 미·중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과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긴축 변화 등을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전세시장의 근간을 바꿀만한 제도적인 큰 변화 또한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법 시행이 그것이다. 2020년부터 전세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당시 정부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당시 임대료 상한 등 강한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한 학계 등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의 주거비 절감을 위한 조치도 함께 시행하면서 임대료 상한을 5%로 제한했다. 그러나 전세시장은 이러한 임대차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기록적인 높은 전세값을 형성한 것이다.

시장의 근간을 바꾸는 정책을 설계하면서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시장의 독특한 작동 기제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여야 한다. 예를 들어, 주요 선진 국가의 임대시장이 우리나라 임대시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주요 국가의 임대시장은 주로 기업형 임대이거나 또는 공공형 임대로 공급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임대시장은 민간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 723만 가구가 민간 임대로부터 전셋집을 공급받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세는 사실상 임차의 한 유형이지만 주택가격의 70% 이상을 보증금으로 가지고 있어 다른 주요 선진국의 월세 위주의 임대유형과는 본질적으로 그 결을 달리한다. 그리고 주요 선진국의 임대시장 변동성은 매매시장과는 달리 연간 1% 내외로 매우 안정적으로 장기간 지속되지만, 우리나라 전세시장의 변동성은 매매시장보다 더 높다. 심지어 한해 전세값의 상승률이 연 7%를 웃돌기까지도 했다. 이러한 특이한 전세시장에 정책을 개입하는 데에는 상당한 과학적 접근과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출발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정책이 시장에 개입할 때는 '전세사기'사태와 같은 큰 대가를 치를 수 있고 성과도 이루어 내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모색하는 과학적 정책 설계가 자리 잡고 시장과의 조화를 지향하는 정책이 우선시 되었으면 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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