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편 점수 조작 보고받고 은폐까지 지시, 그래도 버틴다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 점수 조작을 보고받은 뒤 이를 승인하고 은폐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TV조선이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 점수를 넘었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라며 실무진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고 “욕 좀 먹겠네”라고도 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질책받을 것이란 얘기였을 것이다.
한 위원장의 불만을 들은 담당 국장과 과장은 외부 출신 심사위원장 윤모 교수에게 점수 수정을 요청했고,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를 깎아 다시 제출했다. 한 위원장은 국장에게 “점수 수정으로 TV조선이 과락이 됐다”는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 사실상 점수 조작 지시, 승인 모두 한 위원장이 한 것이다. 이 때문에 TV조선은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한 위원장은 언론이 이 문제를 취재하자 실무진을 불러 “점수 수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라”며 은폐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또 “방통위가 점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보도 자료도 내게 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점수 조작 의혹으로도 수사받고 있다. 경기방송은 객관적 평가에선 전체 방송국 146곳 중 8위를 했지만 심사위원 주관 평가에선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조건부 재승인을 받고 이듬해 방송을 접었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기방송 기자가 한 질문이 정권의 미움을 산 사실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이 나서서 점수를 조작했을 것이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최고 책임자다. 그런데 정권 뜻에 따라 점수를 조작하고 은폐했다.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은 이 일로 줄줄이 구속됐는데 정작 책임자인 본인은 지시한 적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실질적 조작 지시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겠지만 한 위원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정부의 면직 절차에 반발하면서 끝까지 버티고 있다.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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