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모든 서점 입구엔 ‘시진핑 어록 매대’... 집권 3기 ‘책 통제’
‘시진핑 사상을 배우고 관철하자.’
14일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쇼핑가 왕푸징(王府井)의 한 서점. 문을 밀고 들어서자 이 같은 선전 문구가 적힌 매대가 서점 한가운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상단에 진열된 책 제목은 ‘시진핑, 치국이정(治國理政·나라를 다스린다)을 말하다’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담화 등을 엮어 만든 이 책은 2014년 1권(2012~2014년 어록) 출간 이후 2년마다 한 권씩 추가돼 4권(2020~2022년 어록)까지 나왔다. 지난달부터는 이 서점의 시진핑 전용 매대에 ‘시진핑 저작 선독’이란 두 권짜리도 추가됐다. 지난달 10일 발행된 이 책은 2012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시진핑 집권 1·2기의 주요 저작(著作)을 선별해 수록한 것이다. 중국에서 사학(史學)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중국 서점들은 부적처럼 시진핑의 책을 입구에 전시하고 있다”면서 “마오쩌둥의 훙바오수(紅寶書·붉은 보물 책으로 불린 마오쩌둥 어록)가 더 크고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중국에서 사상 통제를 위한 ‘책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청년들은 당·국가(정부)가 권하는 도서를 읽느라 바쁘고, 작가들은 ‘삼관정(三觀正·사회주의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 작품을 쓰느라 고심한다. 이에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시진핑 집권기에 성장한 링링허우(2000년대생)는 바링허우(80년대생)·주링허우(90년대생)와 달리 서방 고전을 적게 접해 시야가 차단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중국 당 중앙은 중국의 대학생 4000만 명과 당원 9700만 명에게 “의무적으로 ‘시진핑 저작 선독’을 교재 삼아 학습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선집·문선 등을 내는 일은 있어왔지만, 이에 대한 학습까지 강제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의 지식층은 유럽·미국 여행을 떠나면 ‘책 쇼핑’을 필수 코스로 삼는다. 프랑스 유학파인 한 중국인 직장인은 “베이징에서 구하기 어려운 영문 책을 제본을 떠서 나눠 보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기보다 지식 공유”라고 했다. 중국인들만 이용하는 외국 서적 PDF 파일 공유 사이트도 있다. “절서(窃書·책 절도)는 절도가 아니다”라고 했던 루쉰 소설 속 ‘쿵이지’를 연상케 한다.
중국 본토에서 발행이 금지된 홍콩·대만 서적이나 자료를 가지고 들어올 때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가령 잡지 4~5권을 동그랗게 말고 고무줄로 고정시켜 원통 모양으로 만드는 식이다.
중국은 최근 홍콩에서도 서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홍콩 공공도서관 82곳에 비치됐던 468건의 정치 관련 책·자료 중에 40%가 사라졌다. 홍콩 정부 회계감사 기구인 심계서(審計署)는 지난달 입법회(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홍콩 공공도서관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대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반중(反中) 서적을 샀더니 “왜 그런 불순한 책을 샀나요”라고 물어보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대만 야당인 기진당(TSP)은 기자회견에서 시민 한 명이 ‘중국이 공격한다면’이란 제목의 책을 샀다가 이런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대만 정부는 중국이 내년 1월 대만 총통·입법원(의회)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인지전’을 적극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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