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
<편집자주>지난 1일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건설 현장 5곳에서 공사를 방해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8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본지는 자살 보도 권고 기준에 입각, 해당 사건 보도를 최소화해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극단적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양씨는 1일 오전 9시쯤 춘천지법 강릉지원 주차장 내 잔디밭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YTN 기자를 전화로 불렀다. “기삿거리가 있다”고 했다.
YTN 기자들 도착 직후인 오전 9시 36분, 양씨가 준비해온 시너 2L를 자신의 몸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약 2m 앞에서 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부(副)지부장인 A씨가 가만히 선 채로 지켜봤다. A씨는 어떠한 제지의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극단 선택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다가갔을 때 오히려 자극해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A씨가 우려했을 가능성은 있다. A씨는 오전 9시 20분쯤부터 양씨와 함께 있었다고 한다.
양씨가 시너를 다 뿌리는 데까지는 약 10초가 걸렸다. 이어 양씨가 빈 시너통을 바닥에 내려놓은 지 약 18초 만에 양씨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A씨는 이때 처음 움직였다. 그런데 불을 끄거나, 도움을 구하는 대신, A씨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고, 몸을 양씨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곤 걸어가며 휴대전화를 조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놀라 다급히 자리를 뜨거나 불을 끄려 뛰어다니는 상황에서였다. YTN 기자 1명이 소화기를 들고 와서 양씨에게 뿌렸고, 곧 검찰청 직원도 진화 작업에 합류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A씨는 양씨를 도우려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목격자 B씨는 “불이 붙자마자 봤는데, 곁에 있던 사람(A씨)이 떨어져서 멀리 갔다가 조금 뒤부터 갑자기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씨가 휴대전화로 뭘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9시 35분~9시 37분 접수된 양씨 분신 관련 112·119 신고 총 10건 가운데 A씨 번호로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
분신 당일 오후, A씨는 민노총 집회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양씨가) ‘형님하고 막걸리 먹고 싶다’고 마지막 얘기하고 불을 붙였습니다. 2m 앞에서…. 그래서 제가 새까맣게 탄 걸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도착했을 때 양씨는 이미 온몸에 시너를 뿌린 상태여서 말리기엔 늦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A씨는 11일 본지 해명 요청에 “경찰에 물어보라”고만 했다. YTN 기자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경찰에겐 “A씨가 현장에서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은 양씨 시신을 서울대병원에 안치해두고 무기한 장례를 진행 중이다. 빈소에 적힌 상주(喪主)는 장옥기(건설노조위원장)씨 1명. 민노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양씨 부고장에 적힌 후원금 계좌의 명의자는 ‘전국건설노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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