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38] 당진 난지도 실치비빔밥
주문한 것보다 식당 주인 밥상에 오른 음식이 더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몇 해 전, 난지도에서다. 실패가 없다는 우럭탕을 시켰다. 그 옆에 주민들이 주인과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 건배를 하더니 술을 털어 넣고, 수저로 무언가를 떠서 초장을 올린 후 후루룩 후루룩 먹었다. 주인이 돌아보고 “한번 드셔보실래요”라며 채소, 겨자, 참기름과 함께 주었다. 궁금하던 것은 ‘실치’였다. 4월부터 5월 중순까지만 회로 먹을 수 있는 흰베도라치의 치어다. 서해와 동중국해에 서식하며 펄과 모래가 섞인 깊은 바다의 바닥에서 생활한다. 겨울에 산란과 부화를 한 후 수온이 올라가면 남쪽 연안으로 올라온다.
치어들은 연안에서 우럭(조피볼락)이나 노래미의 먹이가 되고, 어민들이 쳐 놓은 낭장망 그물에 잡혀 뭍에 오른다. 우리나라 당진, 서산, 태안, 보령, 서천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당진의 난지도나 장고항 인근 바다에서 많이 잡는다. 옛날에는 중선배나 멍텅구리배로 알려진 해선망으로 잡았다. 모두 큰 조차와 조류를 이용하는 어법이다. 최근에는 멸치를 잡는 낭장망을 이용해 잡는다.
실치는 5월이 지나면 굵어 커지고 뼈도 강해져 회보다 포를 만들어 반찬으로 많이 이용한다. 이를 ‘뱅어포’라 하지만 사실은 실치로 만든다. 옛날에는 뱅어가 많이 잡혀 포를 만들었지만, 그 서식지가 파괴되고 오염되면서 뱅어가 자취를 감추자 이를 대신한 것이 실치다. 장고도나 당진에서는 된장을 풀어서 실치와 시금치를 넣고 된장국을 끓여서 먹기도 했다. 봄철 잠깐 당진 앞바다에 나타났다가 5월 중하순이면 다시 깊은 바다로 나간다.
뱅어포는 재래식 김을 뜨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갯벌이 좋아 지주식 김이 발달했던 서천, 당진 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실치를 보관하고 판매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실치는 멸치와 달리 포로 가공할 때 데치지 않고 말린다. 많이 잡힐 때는 급속 냉동했다가 찬바람이 나면 해동시켜 뱅어포를 만들기도 한다. 실치회를 먹다 남으면 밥에 비벼 먹어도 좋다. 주인이 참기름을 함께 준 이유다. 주민들 밥상에 오르다 1990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역축제가 시작되면서 식당에도 등장했다. 4월이면 장고항에서 실치축제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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