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 대신 대치로 갈등만 부추긴 간호법 사태

2023. 5.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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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 공포를 요구해온 대한간호협회는 반발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해 의료 현장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쟁점이 되는 간호법 조항은 '지역사회 간호'라는 문구와 간호조무사 자격 관련 규정이다.

특히 법안 폐기 후에도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간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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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행사 현장 혼란 심화…여야, 의료계와 논의 합의안 모색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정부 들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은 두번째 법률안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며 “간호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법 제정안 공포를 요구해온 대한간호협회는 반발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해 의료 현장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직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갈등이 불가피한 사안이었으나 여야 정치권이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표심만 고려했으나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이 합종연횡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들의 숙원이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응시자격을 ‘고졸’로 제한했다며 반발해 의사단체와 힘을 합쳤다.

쟁점이 되는 간호법 조항은 ‘지역사회 간호’라는 문구와 간호조무사 자격 관련 규정이다. 의사, 간호조무사 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료기관외 지역사회에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간호사들은 고령화 등 의료 환경이 달라진 만큼 간호사 역할을 의료기관 밖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간호사 단독 개원은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또한 간호법은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특성화고 관련학과를 나오거나 간호조무학원을 이수하도록 할 뿐 대졸 이상 학력자의 간호조무사 자격을 막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며 의료계 직역 간 자존심 싸움을 격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갈등을 두고 여야는 각 직역의 이해관계를 수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의석수 우위를 바탕으로 패스트트랙(신속법안처리)으로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은 ‘지역사회’ 문구를 빼고,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폐지 등을 담은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당의 중재안이 의사협회의 의견만 반영해 타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고령화사회가 가속화하면서 늘어나는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해결하려면 간호사의 지역사회 활동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간호사 처우 개선과 바뀐 의료 환경을 고려하면 법과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사실상 재의결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법안 폐기 후에도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간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의료계 내부 충돌로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사태가 초래돼선 안된다.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료 체계를 혁신하고 의료인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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