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의 디지털 신대륙] 유치원부터 코딩·게임 배운 수퍼리치 부테린… 우리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지금의 학생들은 MZ가 아니라 ‘젤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해 부르는 명칭)’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 왔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강제로 디지털을 체험했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과 부모님이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챘고 생존하려면 디지털에 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각성했다. 이들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질문하는 이유는 모르는 것을 가르쳐달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라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특히 디지털 지식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를 학생들은 거의 백 퍼센트 사용해 봤다고 보는 게 맞는다. 매일매일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그걸 싹 다 해결해 준다는 신기한 AI를 안 써봤을 리 만무하다. 단편 지식을 제공하는 능력이라면 어떤 선생님도 챗GPT보다 훌륭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험을 한 젤파세대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학기 젤파세대의 놀이터이자 메타버스 대표 게임인 로블록스를 교육에 활용해 보려고 게임 만들기를 시도해 봤다.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들려면 복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우선 건축가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인간처럼 생긴 아바타가 등장해서 뛰어놀 게임 판을 먼저 건설해야 하니까. 거기다가 게임은 재밌어야 사람들이 모여든다. 각종 이벤트와 장애물, 아이템이 잘 배치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어떤 것을 재밌어 하는지를 알아야 하니까 예능 프로그램 PD 같은 자질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로블록스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 중 하나가 ‘탈옥수와 경찰(Jailbreak)’인데 탈옥수와 경찰, 범죄자 등이 등장해 범죄행위를 하거나 이를 체포하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간 심리를 잘 파헤친 스토리 라인이 폭발적 인기의 비결이었다고 하니 게임 잘 만들려면 방송 작가 같은 능력도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게임을 만들려면 디지털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잘 써야 하는데 이게 거의 공학용 전문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공대 학생들에게 창의적 공학 교육 과목을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 보면 초·중등 학생들에게 로블록스 게임 만들기는 필수 과목으로 권장하고 싶은 지경이다. 심지어 요즘은 아이들이 챗GPT를 이용해서 로블록스 게임 코딩을 한다고 하니 디지털 역량 강화에 금상첨화다. 진짜 이런 교육이 필요할까?
디지털 시대의 수퍼히어로들은 대부분 게임을 시작으로 디지털 역량을 잘 키운 사람이다. 암호 화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유치원 시절부터 코딩과 게임에 푹 빠져 지내다가 아버지의 코칭으로 비트코인을 연구하게 되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진 케이스다. 비트코인에 관해 연구하는 커뮤니티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이더리움의 근간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었고 19살이 되던 대학 1학년 때 이를 출시하면서 세계적인 암호 화폐 전문가이자 수퍼리치가 되었다. 그의 재산은 4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2022년 타임지 표지 모델까지 장식한 부테린은 1994년생이다.
챗GPT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1985년생)도 8살 때부터 코딩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 대학 2학년 때 중퇴한 이후 소셜네트워킹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돈을 벌더니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최고 투자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1971년생)도 12살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해 게임을 만들고 이걸 500달러에 팔았다고 한다.
이 성공한 수퍼리치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신대륙의 세계관으로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네트워킹을 했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무모한 도전을 단기간 내 성공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디지털 신대륙은 더없이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한 셈인데 게임은 어린 시절 그것을 배우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카카오와 네이버 창업자도 같은 방식으로 성공했고 많은 플랫폼과 게임 기업, 엔터 기업, 웹툰 기업이 이러한 디지털 신대륙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과거에 꿈꿀 수 없었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의 성공 신화는 비단 코딩 분야뿐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 ‘스타일난다’의 신화를 창조한 김소희 대표는 22세에 창업해 35세에 6000억원을 받고 로레알에 매각했다. 조만호 대표가 세운 무신사도 그가 고3 때 프리챌에 만든 신발 커뮤니티가 시초다. 지금 무신사의 기업 가치는 3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2022년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작가는 124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판권은 별도다. 시장 크기도 세계 100국 10억명으로 확대되었다.
이 모든 기업은 과거 대기업과 달리 디지털 신대륙에서 거대한 성공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5년 후 이 산업들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AI를 활용해 광고 마케팅 카피를 만들고 인기 절정 웹툰의 캐릭터를 활용해 화장품, 패션 분야 브랜드를 창조한다. 웹툰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빠르게 그려낸다. 그 사이 국경 없이 K콘텐츠를 즐기는 전 세계 디지털 신세대 인구는 15억명으로 늘어난다. 이런 신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디지털 문명에 대한 교육 없이 키워낼 수 있을까?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2027년부터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지금의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4년 후의 일자리 중 적어도 20%는 앞서 언급한 신산업 창조의 인재로 채워져야 한다. AI 활용 능력은 기본이고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상과 새로운 사업 모델의 기획 능력도 필수다. 우리의 수능 중심 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 돌아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교육은 어른들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한 투자다. 교육, 진짜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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