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4억도 싫다 시골의사

강필희 기자 2023. 5.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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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70대 할머니가 얼마전 동네 정형외과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디까지나 평균일뿐 개인차가 크다는 반론도 없진 않다.

야간이나 휴일 당직 근무도 서야 한다.

의사들 스스로 쌓은 철옹성에서 얼마든지 안주할 수 있는 현 제도가 시골의사 구인난의 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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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70대 할머니가 얼마전 동네 정형외과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깨 통증으로 몇달째 다니던 병원인데 갑자기 도수 치료를 강권했다. 돈이 비싸거니와 과거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경험이 있어 거절했더니 그러면 염증주사도 못 놔준다며 그냥 돌려보내더라는 것이다. 다른 40대 남성은 얼굴에 생긴 대상포진 때문에 피부과 진료를 받다 병이 거의 나을 무렵, 무려 400만 원 상당의 피부관리를 제안받은 경험을 털어놨다. 주변엔 이런 과잉진료 의심 사례가 차고 넘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를 보면 한국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3069만 원이다. 치과의사(1억9499만 원) 한의사(1억859만 원) 약사(8416만 원) 보다 월등하다. 최근 10년간 가장 빠르게 임금이 증가한 직종도 의사다. 개원의는 2억9428만 원, 봉직의는 1억8539만 원이다. 보통 직장인이 꿈꾸는 ‘억대 연봉’을 두 세배 가볍게 뛰어넘는다. 어디까지나 평균일뿐 개인차가 크다는 반론도 없진 않다. 그러나 직업의 강한 대물림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의사가 얼마나 가성비 높은 직종인가를 강조할 뿐이다.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이 연봉 3억6000만 원을 걸고 5차례나 내과 전문의를 공모했으나 실패했다. 내과는 6개월째 공석이다. 경북 울릉군 보건의료원에서는 연봉 3억 원과 숙소를 제시하고도 9차 공고 끝에 겨우 사람을 구했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3억2000만 원으론 지원자가 없어 연봉을 4억2400만 원으로 올리고서야 뽑을 수 있었다. 의사들 입장에선 지원 기피의 나름 이유는 있다. 시골의사는 대부분 1~2년 계약에 공무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의료분쟁이 생기면 책임은 의사 개인 몫이다. 야간이나 휴일 당직 근무도 서야 한다. 임금도 세금이나 보험금 등을 떼고 나면 실수령액이 월 1500만 원 안팎이다. 미래 보장 없이 세월을 죽이느니 도시 근무가 백배 이익이라는 타산이 어렵지 않게 선다.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규정된 간호사 부분을 따로 떼내 만든 ‘간호법’에 대해 의사들의 저항이 격렬하다.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로 의사 손을 들어줬다. 밀턴 프리드먼은 의과대학 입학과 의사면허 통제는 이 직업에 대한 진입을 이중으로 제한해 시장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병원에선 필수 진료과목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의대 신설이나 정원 확대에는 결사 반대하는 게 의사다. 의사들 스스로 쌓은 철옹성에서 얼마든지 안주할 수 있는 현 제도가 시골의사 구인난의 한 이유일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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