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퇴직 후 맞이하는 ‘스승의 날’에 부쳐
지난 5월 15일은 42번째로 돌아온 스승의 날이었다. 걸려 오는 제자들의 전화는 필자로 하여금 선생으로 살아온 세월을 확인하게 한다. 그러나 느낌은 현장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선생님, 요즘 뭐 하세요?” 물어오면 그냥 “은퇴자이니 물러나 은둔하며 산다”고 대꾸는 하지만 어딘지 궁색하고 뭔가 해야 할 일을 뭉개고 지내는 듯해 미안하기도 하다.
교원은 40년 가까이 역할을 다하고 정년퇴직하거나 그전에 여러 이유로 명예퇴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퇴직 후 여정에 대해 충분히 준비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그 삶의 질은 많이 다르다. 정년을 몇 년 남겨놓고 명퇴한 Y 선생님은 퇴직 후 바로 목공방을 운영해 학교 교육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취미 생활, 취업 지원 등을 하며 또한 수익도 창출해 교육자로서와 기업가로서의 활기찬 제2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퇴직교원 중에는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그들의 역량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퇴직교원 단체로서 부산교육삼락회는 청소년 선도, 학부모 교육, 학교 교육 지원 등 평생교육과 봉사활동으로 국가발전과 사회공익을 증진하는 목적을 둔다. 2018년부터 운영 중인 부산퇴직교직원센터는 퇴직교직원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노력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체와 조직이 현직과 퇴직을 연결하고 교원의 다양한 니즈를 충분히 수용하며 지원하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평균수명의 증가를 고려할 때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 후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장, 사회 기여, 열정 추구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시작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퇴직교원은 낭비해서는 안 될 풍부한 지식, 기술 및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이 간과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들이 사회발전을 위해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퇴직교원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경험 및 모범 사례 등을 쉽게 교환하는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협업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함으로써 퇴직하더라도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지혜를 나눌 수 있다. 둘째, 퇴직교원을 위해 특별히 맞춤화된 평생 학습 이니셔티브를 홍보하는 것은 매우 유익할 수 있다. 그들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고 진화하는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교육 프로그램, 워크숍 및 세미나를 제공하면 지적 자극을 받아 참여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는 업데이트된 지식과 기술을 갖추게 한다.
셋째, 퇴직교원과 교육기관 간 파트너십 구축으로 상호이익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 교육활동의 여러 분야에서 멘토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해 현직 교원들과 전문적 노하우를 공유하게 되며, 이러한 지식·경험의 교환은 학습 환경을 풍부하게 하고 노련한 전문가로부터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기업가적 노력을 추구하거나 지역사회 봉사에 참여하기로 선택한 퇴직교원은 이러한 분야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니셔티브를 위한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교육 지원, 직업 훈련 및 사회복지와 같은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퇴직교원은 교육격차 해소와 사회적 요구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 전체가 교원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들의 기여를 인정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은퇴 후 삶에서 목적의식과 성취감을 키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퇴직은 교원으로 살아온 여정의 끝이 아니라 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찬 새로운 장의 시작을 의미해야 한다. 그들의 전문성과 열정을 활용해 평생 학습이 장려되고, 세대 간 연대와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며, 그들의 노력을 지원함으로써 퇴직교원들이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면서 교육계는 물론 지역 사회와 미래 세대의 복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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