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4] 관객 수 적어도 성공하는 영화들
2주도 못 되어 그는 사랑에 빠졌다. 극장에서 순진한 애인 역을 맡고 있는 벨트너양이었다. 그는 먼저 그녀의 얼굴에 반했고 그다음에는 그녀의 손에 반했으며 그다음에는 고대 연극에 나오는 어떤 배역을 할 때 맨살이 드러나곤 하는 그녀의 팔에 반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녀를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녀의 영혼까지도. 그의 사랑에는 엄청난 돈이 들었다. 이틀에 한 번씩은 극장의 일층 상등석 표를 사야 했다. - 토마스 만 ‘타락’ 중에서
2017년엔 영화 ‘노무현입니다’, 2019년엔 ‘시민 노무현’이 나왔다. 작년엔 ‘그대가 조국’, 이번 달엔 ‘문재인입니다’가 개봉되었다. 법원과 인권위원회에서 사실로 인정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7월에 상영될 예정이다. 현 야당과 뿌리가 닿아 있는 정치인들이 영화 주인공으로 재탄생, 영웅인 양 미화되고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관객 180만명을 동원했다. 전주영화제에서 제작 지원금 1억원을 받은 ‘문재인입니다’는 영화제 기간에 특별 상영회도 열었다. 일반 후원금도 단 몇 시간 만에 1억원을 모았고 개봉 첫날 관객 수도 1위를 기록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건으로 아내가 4년형을 받아 복역 중인 전 법무부 장관을 피해자로 그린 ‘그대가 조국’은 30만 관객, 네티즌 평점 1위에도 올랐다.
소설 속 청년은 고향을 떠나 도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청순해 보이는 여배우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행복도 잠깐, 그녀가 청년 몰래 몸을 팔아 돈을 벌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짓은 누구나 하는 일이잖아요. 화장품 같은 것도 사야 하고. 내가 그렇고 그런 여자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데.” 여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청년의 사랑은 끝났다.
일반인은 실체를 알고 나면 가슴이 찢어져도 연인과 헤어진다. 이념과 정당에 인생과 밥줄이 묶여 있지 않은 이상, 거짓에 속기 위해 영화표를 사지도 않는다. 그러나 180만명의 흥행 기록을 깨지 못했다고 실패한 건 아니다. 기존 지지자들의 결속력을 높일 뿐 아니라, 휴대폰과 TV로 시청할 수 있게 되면 공감의 파급 효과는 무한해진다. 그들만의 영화를 계속 제작하고 끊임없이 홍보하는 이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 “핵무력 한계없이 강화…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집중”
- 대학가요제 무대 장악해버린 ‘더러운 신발’
- “무선이어폰이 단돈 5000원”…난리난 다이소, 또 없어서 못산다
-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트럼프 측근‧후원자는 ‘심기불편’
- 세계 1위 코르다, 올 시즌 LPGA 투어 7승 달성
- [Minute to Read] Hyundai Motor appoints 1st foreign CEO as Trump era looms
- [더 한장] 기후 위기 속 가을 풍경
- 엔비디아 블랙웰 또 문제? '서버 랙 과열 잡지 못해'
- 북한, 김여정 대북전단 비난 후 3주 만에 또 쓰레기 풍선
- ‘트럼프 충성파’ 법무 장·차관 지명에...“보복 수사 피하라” 비상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