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또 불발… 계속되는 경매에 속타는 피해자들
최동수 기자 2023. 5. 17. 03:03
국토위 소위, ‘채권 매입’ 등 이견
‘16일 데드라인’ 설정 불구 처리 실패
피해자 요건 규정-경매 유예 불발
“추가피해 안나오게 입법 서둘러야”
‘16일 데드라인’ 설정 불구 처리 실패
피해자 요건 규정-경매 유예 불발
“추가피해 안나오게 입법 서둘러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5층짜리 빌라(다세대주택) 세입자 10가구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달 23일 2차 경매 매각기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모두 대항력이 없는 후순위 임차인으로 집주인 1명과 전세 계약을 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으로 밝힌 경매 유예 대상은 아니다. 당장 23일 경매에서 낙찰자가 나오면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잃고 살고 있는 집에서도 쫓겨나야 한다.
이들은 2020년 8월 계약 당시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전에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선순위 근저당을 설정해 놓으면서 후순위 임차인이 됐다. 임차인 10명의 보증금은 총 16억6500만 원. 하지만 월세 계약자 1명만 소액임차인에 해당돼 최우선변제금 34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 9명은 선순위 근저당 규모가 커서 낙찰되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 세입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피해 주택 경매 계속되며 세입자 불안 커져
여야가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또다시 처리에 실패했다. 특별법 관련 소위만 4번째로, 여야는 22일 다섯 번째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다. 이달 초로 예상됐던 특별법 입법이 2주 이상 지연되며 피해 주택 경매가 진행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대상으로만 경매 유예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 미추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있는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당초 정부는 특별법 통과 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을 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경매 유예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려내는 작업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피해자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 피해자와 1인 깡통전세 피해자도 지원하기로 피해자 요건을 확대한 상태다. 미추홀구 역시 법적 근거 없이 금융당국 권고로 경매를 중단한 상태여서 개인 채권자나 대부업체 등이 경매를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 여야 합의 4번째 불발… 25일 본회의 통과 미지수
여야는 이달 1일과 3일, 1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국토위 소위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고 16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태였다. 이날 합의에 또 실패해 22일 5번째 특별법 관련 소위를 열 예정이지만, 당초 목표대로 25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소위는 야당이 주장하는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과 보증금 채권 매입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은 재계약 때 보증금을 올리며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벗어난 피해자에 대해 첫 계약일 당시로 변제기준을 소급 적용해 최우선 변제 대상을 늘리자는 것이다. 보증금 채권 매입은 공공이 세입자들의 보증금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우선 매입해 세입자를 보상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선지원 후구상 방식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불가 방침을 재차 밝혔다. 정부는 이날 소위에서 경·공매 비용을 지원하고 경매 절차를 대행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특별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관련 단체들도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급등기 때는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도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많았다”며 “낙찰이 돼버리면 되돌리기 힘든 만큼 신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2020년 8월 계약 당시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전에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선순위 근저당을 설정해 놓으면서 후순위 임차인이 됐다. 임차인 10명의 보증금은 총 16억6500만 원. 하지만 월세 계약자 1명만 소액임차인에 해당돼 최우선변제금 34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 9명은 선순위 근저당 규모가 커서 낙찰되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 세입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피해 주택 경매 계속되며 세입자 불안 커져
여야가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또다시 처리에 실패했다. 특별법 관련 소위만 4번째로, 여야는 22일 다섯 번째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다. 이달 초로 예상됐던 특별법 입법이 2주 이상 지연되며 피해 주택 경매가 진행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대상으로만 경매 유예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 미추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있는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당초 정부는 특별법 통과 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을 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경매 유예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려내는 작업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피해자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 피해자와 1인 깡통전세 피해자도 지원하기로 피해자 요건을 확대한 상태다. 미추홀구 역시 법적 근거 없이 금융당국 권고로 경매를 중단한 상태여서 개인 채권자나 대부업체 등이 경매를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 여야 합의 4번째 불발… 25일 본회의 통과 미지수
여야는 이달 1일과 3일, 1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국토위 소위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고 16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태였다. 이날 합의에 또 실패해 22일 5번째 특별법 관련 소위를 열 예정이지만, 당초 목표대로 25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소위는 야당이 주장하는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과 보증금 채권 매입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우선 변제권 소급 적용은 재계약 때 보증금을 올리며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벗어난 피해자에 대해 첫 계약일 당시로 변제기준을 소급 적용해 최우선 변제 대상을 늘리자는 것이다. 보증금 채권 매입은 공공이 세입자들의 보증금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우선 매입해 세입자를 보상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선지원 후구상 방식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불가 방침을 재차 밝혔다. 정부는 이날 소위에서 경·공매 비용을 지원하고 경매 절차를 대행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특별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관련 단체들도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급등기 때는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도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많았다”며 “낙찰이 돼버리면 되돌리기 힘든 만큼 신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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