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내렸는데 가격 안내려… 식품업계, 최대 실적

이미지 기자 2023. 5.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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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핑계로 가격 올리더니

지난해 초부터 밀가루·식용유지류 같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이 올랐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식품 업체들이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올린 식품 업체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인상된 가격을 유지해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때 가격을 인상했던 것처럼,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을 낮춰 소비자물가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가격 올린 식품 업체 호(好)실적 냈다

지난 2년간 3차례 이상 제품 가격을 올린 라면 업계가 대표적이다. 농심은 올해 1분기 매출 8604억원, 영업이익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85.8% 늘었다. 어닝 서프라이즈(예상보다 좋은 실적)다. 오뚜기도 1분기 매출(8567억8400만원)이 전년 동기보다 15.4%, 영업이익(653억7100만원)은 10.7% 증가했다. 고물가와 불황으로 라면 인기가 높아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제품 가격 상승 이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이득을 봤다는 분석이 더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 통계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t당 419달러였던 밀 가격은 올해 5월 229달러로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콩기름 재료인 대두, 과자·빵 같은 가공식품 원재료인 옥수수 가격도 같은 기간 14~18% 하락했다. 다른 라면 업체들보다 늦은 지난해 11월에야 가격을 올린 삼양식품은 올 1분기 매출(2455억원)이 2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다른 식품 업체들도 호(好)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력 상품인 동원참치와 조미김 가격을 올린 동원F&B도 올 1분기 영업이익 신장률이 매출 신장률(14%)의 2배가 넘는 34.7%로 나타났다. 롯데푸드와 롯데제과가 합병한 롯데웰푸드는 올 1분기 매출 신장률(4.1%)보다 높은 영업이익(36.5%) 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도 올해 초부터 빙과류와 과자류 등의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렸다.

식품 업체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회사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소맥과 옥수수 같은 원자재를 사들여 식품 업체에 납품하는 삼양사는 지난해 식품 부문에서 역대 최대 매출인 1조4918억원을 올렸다. 삼양사는 지난해 밀가루 가격을 전년(57만원)에 비해 46% 비싼 1톤당 74만2000원으로 올리고, 설탕 가격은 22%, 전분당 가격은 29% 인상했다. 식품 업체의 원가 부담을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삼양사의 매출이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삼양사의 식품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원자재 값 연동한 인하도 필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식품 업체의 출고가 인상 폭보다 크게 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5월 대형 마트 전체 평균 가격 기준 농심 신라면(5개입) 가격은 3675원에서 4100원으로 11.6% 올랐다. 또 오뚜기 콩기름(900mL)은 30%, 해찬들 우리쌀 태양초골드(1kg)는 27%, 동원참치 라이트 스탠다드(4캔)는 12%, CJ제일제당의 햇반(210g)은 14%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체감 물가는 출고가 인상률(6~11%)보다 큰 셈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소비자 단체들은 “식품 기업이 가격을 올릴 때마다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던 원자재 가격 등이 안정되고 있다”며 “이제는 가격을 인하해 물가 인상에 고통받는 소비자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라면 업계는 밀가루 값이 1년 전보다 10% 이상 하락하자, 이를 반영해 주요 인기 제품이었던 신라면·삼양라면·진라면·왕라면 가격을 20~50원 인하했다. 올해 초, 오뚜기가 진짜쫄면과 바베큐소스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가량 낮췄지만 주력 제품이 아닌 탓에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도 인건비, 가스나 전기 같은 공공 요금 가격이 급등해 원가 부담은 여전하고,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한 식품 업체가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매출(CJ대한통운 제외)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58.8% 감소했고, 오리온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7%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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