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의 책상물림] 교권 확립과 교권 보호
올해 스승의날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낸 설문 결과에 의하면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 교사는 24%에 불과했다. 2006년 첫 조사 때 68%였던 것이 매년 하락해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교직을 다시 택하겠다는 교사는 20%에 그쳤다. 40여년 전인 1981년에도 비슷한 조사가 있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실태조사에서 교직을 다시 택하겠다는 교사는 32%였다. 1982년을 ‘교권 확립의 해’로 정하면서 배경으로 제시된 자료다. 폐지되었던 스승의날을 공식적인 ‘스승 공경 행사’와 함께 부활시킨 것도 이때다.
“우리는 제자를 사랑하고 개성을 존중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명랑한 학풍을 조성한다.” 당시 선포된 사도헌장(師道憲章)의 첫 항목이다. 교권 확립을 내세우면서 이 아름다운 문장이 필요했던 것은, 1981년 말에 밝혀진 교사의 학생 유괴 및 살인 사건 때문이었다. 1982년 정부 주도하에 전격 추진된 ‘교권 확립’은 교사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타파하고 자정 노력을 통해 교사로서의 권위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출발한 것이었다.
40년 전에 비한다면 교원 관련 제도와 처우는 적잖게 개선되었다. 그런데 교사의 만족도가 다시 더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직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목된 것은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지도와 학부모 민원 대응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로부터 수업권을 보장할 권한과 장치가 교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91%에 달한다. ‘교권 보호’가 시급하고 심각한 화두로 거론되는 이유다.
어떤 이들의 주장처럼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교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일까? 학생인권조례가 보장하는 것은 물리적,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이지 정당한 지도에 대한 거부권이 아니다. 교권 보호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명시하고 조치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교사의 수업권과 인권을 보장하자는 것이지 제왕적 권위를 가지고 학생을 통제할 권리를 부여해달라는 게 아니다. 누군가 강제하는 교권 확립, 대립 속에 지켜내는 교권 보호가 아니라, 공존하는 게 당연한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자발적 성찰로 상호 존중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꿈일까?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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