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금리 하향세, 주담대 변동형도 3%대 진입

김지섭 기자 2023. 5.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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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산정 기준 코픽스 낮아져

최근 은행 대출 금리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처음 연 3%대에 진입했고, 신용대출 금리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 하락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동안 주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 잇단 하락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평균 주택담보대출(10년 만기 이상, 분할상환 상품 기준) 금리는 연 4.77%였다. 지난 1월(연 5.29%)보다 0.52%포인트 낮아졌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하나은행(연 4.59%)이었고, 1월과 비교해 금리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으로 0.79%포인트가 떨어졌다(연 5.61→4.82%).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실행된 5대 은행 전세대출 평균 금리도 최근 2개월 사이 0.27%포인트 하락(연 4.63→4.36%)했다.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해 9~10월 연 5%를 넘겼으나 7개월여 만에 연 4%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은행권 주택 관련 대출 금리가 모두 하락하는 것은 최종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금 등 조달 자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코픽스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신규 대출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3.56%)보다 0.12%포인트 내린 3.44%를 기록해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 밑으로 내려갔다. 신규 코픽스가 한은 기준금리를 밑돈 적은 2010년 공시를 시작한 이래 2013년 4월과 2014년 7월, 두 번밖에 없었다.

지난해 11월 4.34%까지 치솟았던 코픽스는 이후 상승세가 꺾여 5개월 만에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코픽스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중에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연 3%대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5일 연 4.09~5.49%였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6일 연 3.97~5.37%로 내려갔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단이 연 3%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예금 금리 하락과 금융 당국 압력 등의 영향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연 6.62%에서 지난달 연 5.8%로 0.82%포인트 하락했다.

◇이자 부담은 줄었지만

대출 금리가 일제히 떨어지면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샀거나 투자를 했던 이들은 이자 부담이 줄면서 생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3억원을 빌려 10억원대 아파트를 산 직장인 황모(37)씨는 “금리 변동형 대출을 받고 있는데, 월 이자 부담이 20만원쯤 낮아질 것 같다”며 “마이너스 통장 이자까지 있어서 가계 지출이 컸는데 한숨 돌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하락세로 신규 대출 수요가 늘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 경기 호황과 팬데믹 이후 투자 열풍 등의 영향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주춤했다. 하지만 올해 금리가 떨어지자 금세 반등 조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4000억원 증가해 올해 들어 처음 증가세로 전환했다. 5대 은행의 3월과 4월 신규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대비)도 각각 86%, 69%에 달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빚내려는 가계가 늘고 있어서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할 한은은 고민이 커질 것”이라며 “빚이 늘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 소비가 둔화하고, 금융권 연체 리스크가 커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시중은행들이 변동 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로 은행이 자금을 모으는 데 든 비용을 반영해 산출한다. 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매긴다. 매달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면 이튿날(16일)부터 한 달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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