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바닥 다졌나… 서울 실거래가 3개월 연속 올라
지난 3월 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가 21억60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매매가격이 18억~19억원대였는데, 3월 거래된 3채는 모두 21억4000만~21억6000만원에 팔렸다. 약 두 달 사이에 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이웃 단지인 ‘리센츠’ 전용 84㎡ 역시 3월 거래된 11채의 매매가격은 20억~22억원으로, 19억원까지 내렸던 연초보다 크게 올랐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 4구는 지난 3월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 폭이 2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서울 주요 인기 단지에선 급매물 소진 이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예년에 비해 많지 않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 상승 전환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강남 대단지 실거래가 2억씩 올라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상승했다. 부동산원이 표본 조사를 통해 작성하는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거래가지수는 월별로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변동을 전수(全數) 조사해 만든다. 거래 신고 기간(30일)과 분석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한 달 정도 늦게 발표된다. 실제 거래된 것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시장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작년 5월(-1.45%) 하락으로 전환한 뒤 8개월 연속 떨어지다가, 올해 1월(1.10%)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3월 상승 폭(1.61%)은 2월(1.95%) 보다는 소폭 줄어들었다. 아직 최종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4월 잠정치 역시 1.22% 올라 오름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5개 권역 중에선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있는 동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동남권의 3월 실거래가지수는 3.22% 상승해 2020년 7월(4.49%)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동 ‘레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올해 초에는 17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지난달에는 18억5000만~19억원에 팔렸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연초 16억~17억원대에서 거래되던 것이 이달 들어 18억~19억원대로 올랐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포함된 동북권은 1.16% 올랐고, 양천·강서·구로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1.13%), 서대문·마포·은평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0.92%)도 상승했다.
시장에선 당초 2~3월에 나온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면 거래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이 허용되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안정되면서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 집주인들이 올해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매물을 거두는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바닥은 확인, 상승 전환은 ‘글쎄’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집값은 혼조세 속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라며 “규제지역 해제 효과와 보유세 부담 완화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예년엔 서울 아파트 거래가 한 달에 7000건 안팎이었지만, 요즘은 3000건 안팎에 그친다. 또 역전세난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갑자기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도 많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기에 접어들려면, 실수요자 이외에 투자 수요가 가세하면서 거래가 크게 늘어야 한다”며 “아직은 실수요자들이 저가 매물을 찾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2021년 고점에서 체결된 전세 계약 만기도 하반기에 돌아와 역전세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며 “경기도 좋지 않아 집값이 강하게 반등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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