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돼지풀아재비의 경고
모양새는 함초롬하다. 꽃이 피는 차례는 조밀하다. 얼핏 보면 잘 모른다. 모든 생물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말이다.
돼지풀아재비의 이력서다. 잎은 어긋나기로 난다. 윤곽은 달걀을 닮았다. 줄기는 곧게 자란다. 키는 작게는 30㎝에서 크게는 90㎝ 남짓하다. 줄기 윗부분에서 갈라지고 털이 난다. 주로 황무지나 밭둑 등지에 수두룩하다.
남미가 친정이다. 국내서 처음 발견된 시기는 1995년이었다. 수도권에서도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차량이나 물, 바람 등을 타고 퍼져 나간다. 학계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화학물질로 주변 식물 생장을 방해한다고 경고한다. 해당 식물과 접촉하면 피부염과 건초열 등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말썽꾸러기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로 연평균 기온이 2~3도 오르면 통제가 어렵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국환경생물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 ‘생태계 교란식물인 돼지풀아재비의 발생 특성과 관리’를 통해서다. 15~25도가 최적의 발아 온도인데 지난해 연평균 기온이 12.9도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남미에선 한 개체가 종자를 2만개 이상 만들어내지만 국내에선 개체당 종자 생산량이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농업생명과학센터(CABI)도 온대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학계는 개체당 종자 생산량이 적어 초기에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완전 박멸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여러 변수는 있다.
환경당국은 확산 방지책으로 줄기 절단 등 물리적인 방법과 글리포세이트 같은 비선택성 제초제 살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 등지에선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도 연구 중이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온 산하가 순식간에 생태계 교란종의 침략으로 황무지로 전락할 수도 있어서다. 환경은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자산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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