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아프리카 수단에 커져 가는 인도적 위기

경기일보 2023. 5.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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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월드비전 경기남부사업본부장

지난 4월25일 아프리카 수단에 체류 중이던 교민 28명을 태운 공군 수송기가 무사히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부의 발 빠른 교민 철수 작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의 군벌 간 무력충돌이 격화되자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외교관 등 자국민 대피를 서둘러 진행했다.

수단은 알바시르 대통령이 지난 30년간(1989~2019년) 독재로 국가를 통치해 왔다. 오랜 기간 자국 내 분쟁으로 인해 2011년에는 수단 남부지역이 ‘남수단’으로 국가가 분리되기도 했다.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번 수단 내 무력충돌이 인접 국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수단은 수단 항구를 이용하지 못해 석유 수출에 지장을 받고 있고 차드는 무력충돌이 자국 내로 번질 것을 우려해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이번 무력충돌은 쿠데타로 2019년 정권을 잡은 알부르한이 이끄는 정부군(SAF)과 다갈로가 이끄는 신속지원군(RSF) 간의 권력투쟁으로 인해 발생했다. 사실 이 두 군벌은 지난 30년간 수단을 독재하던 전 대통령 아래서 세력을 키워 오던 동지였지만 결국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갈라서게 됐다. 두 군벌의 무력충돌로 지금까지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11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인접 국가로 피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단은 이번 무력충돌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약 1천580만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할 만큼 위기가 심각한 나라다. 특히 5세 미만 아동 사망률과 아동 영양실조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수단은 약 5만명에 이르는 아동이 중증급성영양실조(SAM) 프로그램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력충돌로 인해 프로그램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적 지원 활동이 신속히 재개되지 않으면 아동 영양실조 비율과 아동 사망률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아동의 교육권 침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단은 10세 아동 중 70%가 글을 읽지 못할 정도로 아동들이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무력충돌로 인해 많은 학교가 폐쇄돼 수백만명의 아동이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로 여아의 경우 3명 중 1명, 남아는 4명 중 1명이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된 것으로 현지에서 보고되고 있다.

무력충돌 당사자인 두 군벌은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휴전을 논의 중이지만 전투기 공습 등 무력충돌이 내전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인다. 2019년 수단의 잔혹한 통치자 알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되자 국민들은 정치적 안정과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이어진 군벌 간의 무력충돌로 인해 수단 국민들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아동을 포함해 수백만명의 민간인이 심각한 생존 위험에 내몰릴 수 있기에 평화로운 해법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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