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얕은 뜻과 깊은 뜻, 그리고 시민 걱정/수원시 도민체전 사상 첫 3위 추락에
전 공무원 박래헌씨가 말한다. 80년대 초임 시절 얘기다. 도민 체전에 담당자로 파견된다. 골프 점수 관련 긴급보고를 한다. ‘골프 종목이 위기입니다. 다른 팀은 90점 넘는데, 우리 수원팀만 80점도 안 됩니다.’ 웃음 속에 긴박감이 느껴진다. 전국체전에 임하는 자세가 그랬다. 수원시는 무조건 1등 해야 했다. 담당자들이 ‘직’을 걸고 지원했다. 경기도가 1981년 인천시에서 독립했고, 수원은 수부도시였다. 해마다 연패(連〈9738〉) 늘려가는 게 책임이었다.
행정구역 단위의 경쟁이다. 시장의 치적용 성격이다. 과도한 행정력 낭비가 늘 제기된다. 동원되는 편법이 특히 논란이다. 이른바 ‘선수 사 오기’다. 취약 종목을 보충하는 수단이다. 능력 있는 선수를 초청한다. 해당 시로 주소 이전시킨다. 도민체전에 맞춰 선수로 선발한다. 우승 등 성적을 내 점수를 딴다. 많게는 수억원의 예산이 든다. 해당 선수에는 ‘잡(job)’의 개념일 수 있다. 해당 시에 남는 건 없다. 진정한 경기력 향상이라 볼 수도 없다.
올해 수원시 팀이 이걸 바꿨다. ‘선수 사 오기’를 없앴다. 시가 결단한 정책 선택이었다. ‘선수 영입·육성비’로 분류된 관련 예산을 모두 없앴다. 7억8천만원이다. 대신 생활체육 대회비로 6억원, 도체전 선발대회비로 1억8천만원을 책정했다. 체전 성적과 직결됐다. 화성시, 성남시에 이어 3위였다. 4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더구나 3위 추락은 사상 처음이다. 1위 한 화성시민은 조용하다. 3위 한 수원시민들이 웅성거린다. 비판 여론이 있다.
시기가 안 좋다. 안 그래도 시세(市勢)가 위기다. 시예산이 2022년 용인시에 뒤집혔다. 1천427억원 적었다. 2023년에는 화성시에도 처졌다. 280억원 적다. 재정자립도도 상위권에서 멀어졌다. 올해도 화성(1위·61.1%), 성남(2위·59.6%)과 먼 5위(46%)다. 이런 상황에서 전해진 도민체전 소식이다. 언론은 ‘사상 최초 3위 추락’이라 쓰고 있다. 시세에 왜 체육을 넣냐고 뭐랄 것 없다. 시민 삶 측정에는 경제, 문화, 체육이 다 기준이다.
물론 체전에 관심 없는 시민이 많다. 우승했다고 칭찬하지 않는다. 정책에 관심 없는 시민도 많다. 3위에 감춰진 정책까지 살피지 않는다. 거꾸로 일 수도 있다. 체전 성적을 중시하는 시민 있고, 정책을 살피는 시민이 있다. 이럴 때 행정이 갈 길은 정해져 있다. 중용이다. 점진적 변화다. 시민 자존심을 세워 줄 성적을 관리하면서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병행 행정이 필요하다. 시정(市政) 갖고 실험하면 안 된다. 다 모여서 토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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