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3지대, 지역소생과 프레임 전환 의제를 기대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론이 등장하고 있다. 총선 때마다 등장과 소멸을 반복해 왔지만 또다시 호출되고 있는 것은 현 정치 폐해에 지친 국민들의 변화를 향한 일말의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제3지대가 정치혁신을 내세우면서 등장했지만 합종연횡으로 사라져 간 이유는 무엇일까? 인물 중심으로 급조된 이유가 크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흔들림 없이 끝까지 관철해야 할 비전과 의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국 정치의 난맥상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정치적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은 사회 전반에 성장축 모델이라는 중앙집중 형식을 취해 왔고 정치적으로 후원정치 프레임을 유지해 왔다. 서울이라는 성장축을 중심으로 하고 지역에 특화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형식이다.
중앙에 주도적 기획 기능이 집중되어 있으니 지역은 자생적 역량을 갖추기보다 중앙의 자원을 더 많이 타내기 위해 경쟁해 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소멸과 지역대학 위기도 중앙집중의 구조 속에서 배태된 사생아일 뿐이다. 사실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과 지역주의가 문제가 되어왔지만 정작 지역은 소멸을 겪고 있는 황당한 현실이다. 역대 정부에서 지역균형 지방분권 등의 의제를 다루어 왔지만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단순히 인구집중 문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모든 영역에 나타나고 있는 지방 식민화의 상황을 단순히 볼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총선 중심에 지역소생과 프레임 전환 의제가 터트려져야 한다. 구체적 의제는 “지역소멸에서 지역소생으로,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중앙집중에서 분권화로, 단방제에서 준연방제로의 프레임 전환”이 될 것이다.
제도적 의제로 분권화와 준연방제는 지역 스스로 도약하여 대한민국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며 한국 정치 난맥상도 풀어낼 수 있는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준연방제가 줄 유익은 다양하고 총체적인데, G7 주요국이 채택하고 있는 것이 연방제임을 기억하자.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의 고질병 퇴치가 가능하다. 연방 형식이니 자연히 대통령의 역할은 지역으로 분권화되어 독선적 정치가 불가능하게 된다. 출산절벽 대책도 서울과 지역에 획일적인 정책이 시행되기보다는 지역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정책을 적용하여 최적의 정책을 도출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도 지역마다 정책을 독립적으로 추진하여 적실한 정책을 도출할 수 있고 그 결과를 타 지역에 파급 적용할 수 있다. 지역대학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지역과 동떨어진 지역대학이 아니라 지역혁신의 주체로서 기능이 가능하게 될 것이고, 지역의 학생들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의 리더로 성장해 가는 구조 속에서 인(in)서울이 더 이상 문제 될 수 없게 될 것이다. 각 지역의 자생적·자주적 발전이 종합되어 국가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준연방제가 주는 지역소생과 국가 번영이라는 축복이다.
준연방제를 향한 발걸음은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지금의 제도 속에서 지역이 역동성을 되찾을 수 있는 분권화 의제들이 제안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우선순위에 두고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정치 세력도 필요하다. 최근 지역에서 교수 연대체와 분권자치 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지역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제3지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서 분권화와 준연방제 의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3지대 정당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한국 정치도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안현식 부산경남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동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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