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CIO 시한부 임기…내부 직원들도 좌불안석
국내 CIO 임기 '2+1년' 등 2~4년 다수
짧은 계약기간 탓에 '성과 대물림'은 기본
투자 망치고 떠날까 내부 직원들 발 동동
올해는 시장 변동 커 대체로 연임 분위기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기관 업무 파악하는 데 1년, 뭐 슬슬 시작해보려면 1년이 지난다. CIO(최고투자책임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성과를 더 내기 위해 항상 고민하지만, 임기가 짧아 동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양호한 성적으로 선방한 CIO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털어놨다. 수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불려야 할 의무가 있지만, ‘최고투자책임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5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임기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대부분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CIO의 임기는 기본 2년이고, 연장한다고 해도 1~2년 정도라 최대 4년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당사자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마저 2~3년마다 조직 분위기가 바뀐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CIO 임기가 최소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CIO와 이규홍 사학연금 CIO, 한종석 경찰공제회 CIO 등 순으로 올해 임기가 끝난다. 이들 임기는 모두 2년이며 근무실적 평가에 따라 노란우산공제와 사학연금은 1년 단위로, 경찰공제회는 최대 2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이 안 좋았던 만큼 내부에 변화를 주기보다 그대로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하면서 대체로 연장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한 공제회 CIO는 “CIO가 어떤 실적을 냈느냐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며 “최근 몇 년간 기관투자가 성과가 좋았는데, 이제 CIO 임기가 끝나서 바꾸려고 하니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기관도 안정적으로 운용을 이어나가기 위해 올해 연장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 CIO 임기는 기본 2~3년으로 그 이후엔 1~2년씩 연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3대 연기금은 CIO 임기가 2년이며, 운용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현재 이규홍 CIO도 지난 2019년 10월 임명된 이후 1년 단위로 두 차례 재계약에 성공하며 총 4년간 자금운용관리단 수장을 맡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들은 연장 횟수에 한도를 정해놓진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1~2번만 재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 사람당 총 3~4년씩 CIO를 맡는 게 관례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행정공제회는 기본 3년에 연임 시 추가로 최대 3년까지 총 6년, 군인공제회는 기본 3년에 연임 최대 1년까지 총 4년 등이다. 대체로 경영 공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기가 끝났어도 후임자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편이다.
“최소 5년 임기여야 실력 판가름 가능”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만큼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투명한 경영 및 자금운용 등을 위한 목적으로 CIO 임기를 제한하고 있지만, 당사자는 물론 내부에서도 짧은 임기가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혹시나 CIO가 잘못 투자하고 떠나면 그 손실에 대한 책임은 직원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 조직이라 CIO가 떠난 이후 성과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 공제회 과장급 실무자는 “막말로 CIO가 엉망으로 투자하고 떠나면 그 책임은 모두 남은 직원들의 몫이 된다”며 “CIO들이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건데 임기가 끝나고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늘 노심초사하고 있고, 짧은 임기로 내부 분위기가 자주 바뀌어 적응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현 CIO들은 지금 나타나는 성과가 전 CIO의 것이고, 지금 투자를 해도 미래 CIO의 성과로 드러나니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콘퍼런스에 참석할 때면 글로벌 유수 연기금 CIO들이 매번 새 얼굴 등장에 낯설어한다고도 전했다.
CIO 경력이 있는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포럼에 참석했는데, 해외 연기금 CIO가 한국 CIO들은 임기가 너무 짧아서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며 “장기 투자하는 기관 특성상 현 CIO들의 성과가 본인의 것이 아니니 운용 실력을 판가름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근무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대연 (big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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