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유 핵탄두 1419개” 전격 공개 이유는… ‘뉴스타트 참여 중단’ 푸틴 압박

자발적으로 핵무기 수 밝히며 
"러시아, 다시 협정 준수해야"

한 남성이 2022년 3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그림이 그려진 벽을 지나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419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를 공개 압박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에도 투명성에 대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협정이 제한하는 미국 전략무기의 총 숫자를 자발적으로 공개한다”면서 관련 자료를 게시했다. 2011년 발효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1,550개로 정해 뒀다.

두 나라는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려 상대국 핵시설을 시찰하고, 또 1년에 두 차례 각자 보유한 핵탄두 등 전략무기 숫자를 공유하기로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 연설에서 일방적으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국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월 1일 기준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체로 총 662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를 배치했다. 이들 핵 운반체에 탑재된 핵탄두는 1,419개로, 조약에 따른 핵탄두 보유 한도보다 적다. ICBM 발사대와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전략폭격기는 모두 800개다. 러시아 현황에 대해서는 “제공되지 않음(Not provided)”이라고 표시해 뒀다.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사흘 앞두고 폴란드 바르샤바 왕궁 정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모스크바=AP 연합뉴스

국무부는 “러시아의 뉴스타트 의무 위반에 대응하는 합법적인 대항책으로 미국은 업데이트한 3월 자료를 러시아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투명성과 책임 있는 핵 운영에 대한 약속 차원에서 미국은 뉴스타트가 적용되는 핵전력 숫자를 자발적으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가 다시 뉴스타트를 완전히 준수하고, 안정을 위해 협정에 포함된 모든 투명성 확보와 검증 조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