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우승 스킨에 이 정도로 진심인 팀은 없었다

문원빈 기자 2023. 5.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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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DRX 감성이 물쓴 느껴지는 블루·화이트 드래곤 콘셉트 선택

"지금껏 수많은 우승 스킨을 제작하면서 이 정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제작 과정에서도 세밀한 피드백과 함께 적극 참여한 팀은 없었다" 

DRX. 소년 만화보다 더 기적적인 시나리오로 전 세계 팬들을 놀라게 만든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이다. 그들이 강조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는 이제 e스포츠를 넘어 수많은 역경을 마주한 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린 DRX의 열정은 우승 스킨 제작에서도 이어진 분위기다. 오랜 제작 기간 끝에 드디어 DRX 우승 스킨이 팬들을 마주한다.

DRX 우승 스킨의 메인 콘셉트는 '블루 드래곤'이다. 색상은 화사하면서 차갑고 한편으로는 하늘처럼 청아한 블루·화이트로 결정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그동안 수많은 드래곤 테마 스킨을 선보였다. DRX 우승 스킨은 기존 드래곤 콘셉트 스킨들과 차별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승 스킨을 제작한 라이엇 게임즈 아티스트들은 "열망 가득한 팀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영웅적인 서사를 표현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어둡고 날카로운 디자인은 지양했고 낙관적인 분위기와 동료애를 최대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우승 멤버인 킹겐, 표식, 제카, 데프트, 베릴, 주한 선수는 각각 아트록스, 킨드레드, 아칼리, 케이틀린, 애쉬, 마오카이를 선택했다. 각 스킨에는 선수들의 시그니처 포즈와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데프트의 상징인 '알파카'도 우승 스킨에서 만날 수 있다. 케이틀린 덫, 마오카이 묘목으로 표현된 알파카는 귀여운 이미지를 자랑했다. 자칫 차갑고 세련된 DRX 스킨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 예상과 달리 자연스럽게 조화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라이엇 게임즈 아티스트들은 DRX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탄했다. "우승 스킨을 제작할 때 사소한 요소 하나마다 피드백을 전해준 팀이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제작진들도 스킨 제작 작업에 더욱더 열정을 쏟아냈다고 전했는데 더 자세한 소식을 듣기 위해 라이엇게임즈 소속 토마스 랜드비 콘셉트 아트 매니저, 벤 스컷 아트 디렉터, 엠마누엘 라굼바이 사운드 디자니어, 매튜 존슨 총괄 애니메이터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완성된 스킨에 대한 DRX 선수들의 반응은?

DRX 팀의 반응은 정말 좋았다. 모든 제작 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보였다. 에너지와 활력이 넘친 팀이었다. 그들은 2022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 히스토리를 모두 담길 원했다. 스킨 내 모든 요소에 선수들의 의견이 세밀하게 반영됐다. 

 

Q. 색감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 블루 톤은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데 적절하게 설정한 것 같다. 

DRX 우승 스킨에는 활력적이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DRX 팀도 좋아할 만한 색상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작업을 거쳤다. 단순 스킨 색상만 신경 쓰면 안 된다. 소환사의 협곡 백그라운드 색상과 잘 어울려야 한다. 최종 3D 작업을 진행할 때 백그라운드와 어떻게 대비되는지 확인하며 진행했다. 궁극적으로 깨끗하면서 청량한 블루를 원했고 그게 잘 표현된 것 같다.

- 매튜 존슨 총괄 애니메이터

Q. 출시일이 궁금하다. 출시와 함께 진행되는 이벤트도 있는가?

DRX 우승 스킨은 6월 초 출시 예정이다. 5월 17일 진행하는 PVE 서버에서 해당 스킨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PVE 체험할 때 한국 독점 이벤트도 함께 준비했다. 스킨 출시일에도 플레이어들이 스킨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Q. 케이틀린의 경우 이전 스킨들과 다르게 오른쪽 눈을 머리카락으로 완전히 가렸다. 이유가 궁금하다.

DRX 선수들과 여러 의견을 주고 받았다. 궁극적으로 가장 차가운 분위기의 디자인을 선택했다. 스타일리시 형태를 추구한 디자인이라 말할 수 있다. 사실 케이틀린의 경우 우측 머리카락으로 여러 애니메이션 요소를 추가할 수 있었다.

- 벤 스컷 아트 디렉터

Q. 베릴 선수가 스킨 관련 굉장히 상세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제작자 입장에서 흥미롭게 느껴진 요구사항이 있었는가?

헤어스타일을 정말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제작 전에 베릴에게 여러 시안을 제시했다. 단발 헤어스타일 애쉬의 사진들을 많이 보냈는데 베릴은 무조건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원한다고 요구했다. 패션 감각 관련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그는 신발, 상의 등을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구현할 수 있는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말해줬다.

 

Q. 스킨 퀄리티가 정말 뛰어나다. DRX 팀과의 소통도 긴밀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DRX가 우승을 시작하자마자 스킨 제작 작업을 시작했다. DRX 선수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기반을 쌓아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DRX 선수들이 휴가를 다녀오는 동안 제작진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DRX 선수들이 복귀한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협업했다.  

-엠마누엘 라굼바이 사운드 디자이너

Q. 우승팀 스킨을 보면 모두 일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용이라는 확실한 소재가 명시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제작진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구체적인 소재가 있었다. 다만 DRX가 차별화된 점은 참여도였다. 단순히 '좋다'와 '싫다'로 답한 것이 아니라 정말 상세한 아이디어를 매 단계마다 제안했다. 당연히 난관도 있었다. 리 신, 아우렐리온 솔, 용 학살자 테마 등 기존 출시했던 용 콘셉트와 차별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Q. 알파카를 유머스럽게 포현했다. 이런 요소가 자칫 차갑고 세련된 이미지와 어긋날 수 있다. 이질감을 맞추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가?

DRX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공통적으로 한 가지 정말 강력하게 원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DRX가 월드 챔피언십에서 경험했던 것들과 즐겼던 것들을 스킨에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우승까지의 과정이 그들에게도 정말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파카를 활용하기 편했다.

알파카는 DRX 선수들이 원했던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습과 재미를 증강시켜줬다. 알파카를 사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차갑고 세련된 분위기를 헤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알파카를 만들 때 DRX 우승을 기념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DRX 팀과 이야기했을 때 정말 그들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선수에게 가장 큰 커리어를 달성했는 데도 매우 겸손했다. 그렇기 때문에 알파카를 최대한 우스꽝스럽게 만들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덕분에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다.

- 토마스 랜드비 콘셉트 아트 매니저

Q. 사운드를 디자인하면 애니메이션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두 파트의 협업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의 어려웠던 것은 없었는가?

내부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 자체가 긴밀한 협업과 소통을 요구한다. 굳이 어려웠던 것을 지목하자면 '제한적인 시간'이다. 협업 과정에서의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시간에 제공하는 것이 익숙해서 어렵지 않았다. 다만 스킨 안에 넣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주어진 시간이 제한적이니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강조하려는 작업이 어려웠다.

애니메이션을 작업할 때 초반에는 유기적으로 작업해서 언제든 아이디어를 받는다. 수정하기도 쉽다. 하지만 중간 단계에서는 수정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 어느 시점에 어떤 것을 넣어야 하는지 서로 조율할 필요가 있으니까 협업 강도가 한층 높아진다. 

 

Q. DRX 스킨을 제작하기 위해 인력은 얼마나 투입됐는가?

팀 전원이 투입됐다. 모델링, 애니메이션, 사운드 등 여러 파트마다 담당자들이 있다. 그 담당자들과 무관하게 리그 오브 레전드 스킨과 관련이 있는 개발자라면 모두 한 번쯤 와서 피드백을 던졌다. 내부적인 팀 외에 인원들도 간접적으로 스킨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기 어렵다. 덕분에 양질의 스킨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 DRX 우승 스킨 관련 간단 코멘트



킹겐은 DRX를 상징하는 X가 많이 보여지길 원해 날개와 무기에 X를 강조했다. 또한 그는 궁극기 사용 시 재미있게 변신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말해줬다. 블루·화이트를 조화시키면서 킹겐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2023 월드 챔피언십부터 파이널 MVP에게는 프레스티지 스킨을 제공한다. 기존 DRX 스킨의 시각 효과들을 한층 끌어올려 킹겐의 활약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선 아트록스를 현대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트록스 의상에 DRX 요소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구현했다. 



 



표식은 작업할 때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는 블루 드래곤이 강조되길 원했다. 그의 의견을 반영해 팔과 뿔에서 파란색이 강조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본래 킨드레드의 늑대를 용처럼 표현했다.



 



제카는 아칼리 의상에서 용과 관련된 요소들이 많이 보이길 원했다. 뿔, 신발 등에서 용을 연상케 하는 장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소환사의 컵도 최대한 넣길 원했다. 그래서 아칼리가 들고 있는 가방을 소환사의 컵으로 변경했다.



 



데프트는 케이틀린 모자와 자켓 디테일을 강조했다. 제작진은 VFX 키트를 데프트에게 전달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알파카의 경우 스킬에 사용되면 좋겠지만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길 원해 요들잡이 덫으로 구현했다.



 



베릴의 애쉬 작업은 정말 재밌었다. 그는 스타일과 의상에서 정말 세밀한 피드백을 건네줬다. 베릴은 애쉬의 긴 머리를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을 원했다. 무엇보다 날렵한 스타일로 보여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뿔과 무기 등에서 블루·화이트가 잘 배치되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베릴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여된 애쉬 스킨을 보며 제작진도 정말 기뻤다. 제작진 입장에선 무엇보다 애쉬 스킨을 드래곤 콘셉트로 작업했던 것이 값진 기회였다. 



 



주한은 너무나도 신난 상태라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킹겐이 대신 아이디어를 전해줬다. 특히 궁극기에 많은 브레인스토밍을 얻었다. 주한은 묘목에 알파카가 보여지길 원해 그대로 구현했다. 제작진은 마오카이 스킨에도 소환사의 컵을 넣고 싶었다. 시각화 과정에서 등에 붙은 나무조각을 소환사의 컵으로 대체했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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