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어린 동족을 꿀꺽…야생에 ‘천륜(天倫)’같은 건 없다
어린 동족의 새끼도 한끼 식사
정글같은 야생에선 살아남는게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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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먹방’이라고 한다면, 이 장면 역시 정의에 꼭 맞는 먹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의 먹방이 아니다보니 소름끼치고 섬뜩할 수도 있죠. 오늘은 늠름하고 공포스러운 파충류의 제왕 코모도왕도마뱀의 먹방 장면(Natural facebook) 부터 우선 감상하실까요?
코모도왕도마뱀의 목과 턱근육은 생긴 것만큼이나 억세고 질깁니다. 자기 몸무게의 80%에 해당하는 먹잇감도 단번에 먹어치울 수 있을 정도죠. 이 코모도왕도마뱀의 식탁에 오른 것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동족입니다. 이 괴물의 서식지가 코모도섬으로 한정돼있음을 감안하면, 혈연으로 엮여있고, 어미 아비와 새끼 사이일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생존의 본능을 앞세운 이 괴물에게는 천륜이란 것도 없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유일한 천적은 자신보다 덩치 큰 동족임이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알껍질을 깨고 나와 무럭무럭 자라며 정글의 제왕으로 군림하려던 어린 코모도왕도마뱀의 꿈과 희망은 몸뚱이와 함께 포식자 어른의 목구멍속 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강력하게 분비되는 위산과 함께 녹아들겠죠. 그렇지만, 이 어린 도마뱀의 몸뚱아리는 다시 영양소로 분해돼 포식자의 번식의 에너지원이 되어줄 것입니다. 어찌보면 환생아닌 환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륜도 모르는 짐승이라고 탓할 순 없습니다. 야생은 철저하게 생존 본능이라는 매커니즘에 의해 작동하니까요. 이 생존 본능을 다른 말로 ‘자연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치열하고 때로는 잔혹하게 생존 본능을 좇아 목숨을 부지하는 게 결국 자연의 선택을 받았다는 의미죠.
다음에 보실 황새의 육아 동영상(Belal Moheb Parrots Park)은 ‘자연의 선택’의 냉혹한 본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어린아이를 데려다주는 신비로운 전령으로 알려진 황새. 그 황새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동영상입니다.
알 넷을 부화시켜 정성스레 기르고 있는 어미(또는 아비) 황새. 그러나 부모황새의 날카로운 눈매와 부리 끝은 새끼 중 한 마리를 응시합니다. 아마도 가장 나중에 부화했을 가능성이 높은, 그래서 덩치도 가장 작은 새끼입니다. 부리로 새끼를 콕콕 찌르며 공격을 하더니, 급기야는 부리로 물어서 형제 자매들과 떼어놓습니다.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둥지 바깥으로 내팽개쳤습니다. 학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리로 집어들더니 둥지 바깥으로 떨어뜨립니다. 학대인줄 알았더니 살육이었던 셈입니다. 인간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짐승들의 세상이기에 가능한 동족간 살육극이죠. 하지만, ‘이런 짐승 같은…’이라고 이 부모새를 어찌 욕하겠습니까. 자연의 선택에 따른 생존 본능이 낳은 행동일 뿐인걸요. 결과적으로 가장 병약한 새끼가 사라짐으로써 나머지 세 마리의 생존률은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부모새는 더 자주 먹잇감을 물어다줄 수 있게 됐고요. 생존율이 낮은 운명을 타고난 개체를 제거해 종 전체의 번성을 꾀하는 측면에서 이 황새는 악역을 자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가족 내 살육극은 공교롭게도 적잖은 조류에서 종종 나타나는데요. 맹금류의 경우 한배에서 난 동기끼리 치열하게 치고박고 싸우면서 생존권을 획득하려는 ‘왕자(또는 남매·자매)의 난’이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황새·왜가리 중에서도 늦게 부화한 개체가 동기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얼핏 잔혹하고 몰인정해보여도 거친 야생의 환경에 적합한 몸을 타고난 개체가 번성해야 종 전체의 생존율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자연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두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가슴을 저미게 하기도 합니다. 다음에 보실 동영상(BIRD facebook)처럼 말이죠.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으며 새끼새 두 마리가 무럭무럭 자라던 숲속 둥지에 날강도 같은 매가 들이닥쳤습니다. 그리고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잔혹극이 펼쳐집니다. 방금까지도 먹이를 물고 올 어미새를 기다리며 쪼르르 울던 새끼새의 머리를 발톱으로 움켜쥐고 짓밟습니다. 보통 매 종류는 새를 사냥하면 발톱으로 몸통을 움켜지며 깃털을 죄다 뽑아버린다음 살을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대개 사냥감이 된 새들은 깃털이 뽑히고, 살점과 장기가 뜯겨져나가고 뼈가 훤히 드러날때까지 의식이 또렷해 두 눈을 뜨고 마지막 숨을 내쉴때가지 고통에 절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잔혹한 포식법이 새끼새라고 면제되지는 않았습니다. 새끼새의 얼굴을 날카로운 부리로 뜯어대던 매는 좀 더 익숙한 장소에서 식사를 계속할 셈인지 새끼새를 움켜쥐고 푸드득 날아가버렸습니다.
얼마간 정적이 흐른 뒤 한배에서 낳은 형제(또는 자매)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나머지 새끼새가 고개를 듭니다. 이제 막 깃털이 돋아나며 무럭무럭 자라던 새끼새는 그렇게 매의 발톱과 부리에 갈가리 찢겨 이른 삶을 마감했지만, 부모새와 다른 새끼는 살아남아습니다. 가까스로 자연의 선택을 받은 이들의 삶은 앞으로 어찌 될까요? 자연이 선택하고 결정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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