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고에 낚인 아일랜드 신문사 “우리도 속았다”
아일랜드의 한 일간지가 인공지능(AI)의 기고문을 ‘인간 독자’의 기고문으로 오인하고 게재했다가 공식 사과했다. 14일(현지 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아이리시타임스는 이날 “AI로 작성한 기고문을 실어 독자 신뢰를 훼손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속임수의 희생양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아이리시타임스는 ‘아일랜드 여성들의 인공 태닝 집착은 문제가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아드리아나 아코스타코르테스라는 필명의 기고자는 “백인 여성들의 인공 태닝 열풍이 유색 인종을 조롱하는 것이고 어두운 피부색을 성(性) 상품화한다”고 썼다. 기고자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사는 에콰도르 출신 29세 의료 업계 종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글은 생성형 AI인 챗GPT로 작성된 글로 나타났다. 신원과 사진도 허위였다. 아이리시타임스는 지난 12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기고를 삭제했다.
사실을 중시해야 하는 언론 업계에선 이번처럼 AI를 활용한 독자 기고문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 기고로 신문사를 속인 이번 경우와 달리 언론사가 AI 기사로 독자들을 속인 사례도 논란이 됐다. 예컨대, 지난달에는 독일 주간지 ‘디악투엘레’ 편집장이 AI를 활용해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가짜 인터뷰를 게재했다가 해고됐다.
AI는 선거 캠페인에도 악용되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직후, 야당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불법 이민과 범죄 급증 등 혼란스러운 장면을 담은 ‘바이든이 재선되면’이란 제목의 광고를 냈다. 모두 AI가 만든 가상의 장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 정부와 유럽연합(EU), 민간 IT 업체들은 가짜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는 AI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최근 AI의 거짓말이나 주제를 벗어난 엉뚱한 소리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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