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결혼은 소득순?

김기동 2023. 5. 1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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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vs 29%'.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 보고서에서 제시한 2017∼2019년 20대 중후반(26∼30세) 남성의 소득 하위 10%(1분위)와 상위 10%(10분위)의 결혼 경험 비율이다.

40대 중후반(46∼50세)에 이르면 소득 상위 10분위 남성의 결혼 경험은 100%에 육박(98%)하지만 하위 10%는 10명 가운데 3명가량이 혼인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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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vs 29%’.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 보고서에서 제시한 2017∼2019년 20대 중후반(26∼30세) 남성의 소득 하위 10%(1분위)와 상위 10%(10분위)의 결혼 경험 비율이다. 3배를 훌쩍 넘는다. 남성의 소득 수준이 혼인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40대 중후반(46∼50세)에 이르면 소득 상위 10분위 남성의 결혼 경험은 100%에 육박(98%)하지만 하위 10%는 10명 가운데 3명가량이 혼인을 하지 못했다.

고용안정성도 혼인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36~45세 혼인율은 ‘상용직’이 81%에 달하지만 임시직·일용직은 각각 61%, 59%에 그쳤다. 정도의 차만 있을 뿐 연령대를 불문하고 양상은 비슷했다. 결혼도 빈곤의 악순환의 예외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닐 것이다. 행복경제학 창시자인 리처드 이스털린은 “더 많은 돈이 언제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진 않는다”고 했다. 물론 가난한 것보다는 여유 있는 경제생활이 좋은 삶의 한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상대적 개념이다.

지난 3월 유엔이 각국을 대상으로 측정한 행복도 보고서에서 한국은 소득과 기대건강수명이 상위권임에도 137개국 중 5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인구 10만명 당 24.1명(통계청 집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아이 1명당 3억6500만원의 양육비가 든다. 2위 중국(9300만원)의 7배에 달하는 압도적 1위다. 작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유일한 1.0명 이하이고 ‘국가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에 332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급기야 자녀 셋을 낳으면 대출을 탕감하느니 병역을 면제한다느니 하는 황당한 대책까지 난무했다. 주거·교육 등 아이 기르기 좋은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이 소득순이어선 출산 증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적절한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가 저출산 해소와 혼인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을 정책 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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