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못된 반칙’엔 혹독한 처벌 필수
경제사범에 관대한 대한민국
‘걸려도 남는 장사’란 인식 팽배
자본시장법 개정 조속 처리를
‘반칙’은 법칙이나 규정, 규칙 따위를 어기는 것을 말한다. 반칙을 하면 제재를 받는다. 스포츠를 보면 필요에 따라 경기의 흐름을 끊기 위한 가벼운 반칙이 있다. 처벌도 약하다. 이와 달리 ‘못된 반칙’도 있다. 곧바로 퇴장당하기도 하고, 몇 경기 출장정지 같은 중징계가 뒤따른다.
국내에서도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프로야구에서도, 프로축구에서도, 프로농구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드러나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선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치러야 하는 대가는 엄청나게 무거웠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은 유니폼을 벗었고, 영구 퇴출됐다. 효과는 있었다. 이후 선수들은 승부조작의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게 됐다.
스포츠계의 반칙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반칙 논란이 한창이어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관련 주식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주식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불과 3주 만에 관련 주식과 증권사 시가총액이 13조원가량 증발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둘러싼 ‘코인 사태’도 반칙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의원이 주로 거래한 가상자산이 게임사들이 발행한 P2E(돈 버는 게임)용 코인인 데다 P2E 규제 완화 입법 로비 의혹마저 불거져 파문이 게임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관련 업체로 거론되는 게임사들은 “사전 정보나 코인을 김 의원에게 제공하지 않았고, 로비도 없었다”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만 부각되는 분위기다.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로 미국은 초강력 제재를 한다. 70조원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옥중 사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2007년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인 ‘루보사태’의 주범 김모씨는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이 선고됐다. 치러야 할 대가가 크지 않다 보니 주가조작 세력에게는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수준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기존 형사처벌 이외에 부당이득의 최고 2배를 환수하는 과징금 체제를 신설하는 등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포츠 승부조작 제재 사례처럼 못된 반칙에 대해서는 혹독한 처벌 규정이 필수다. 그래야 경기장(자본시장)에서 선수(투자자)들의 페어플레이 문화가 정착될 것 같다.
우상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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