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월 집주인에 떼인 전세보증금 1조 원 돌파…증가세 속수무책

8144억 대위변제하며 골병드는 HUG, 재정 건전성 우려 커져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부관리센터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청구 상담을 받으려는 시민들로 꽉 차 있다. 문호남 기자

올해 들어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서 제때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보증 사고액을 뛰어넘은 것이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1조83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증사고 건수도 지난해 사고건수(5443건)에 근접한 4747건이나 됐다. 지난해 보증 사고액이 1조1726억 원이었던 만큼, 올해 전세보증금 사고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은 전세 계약이 만료됐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보증사인 HUG가 대신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상품이다. 전세보증금 사고액은 올해 1월 2232억 원, 2월 2542억 원, 3월 3199억 원, 4월 2857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하면서 HUG는 올해 4월까지 8144억 원을 집주인 대신 보증금으로 갚았다.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9241억 원이었는데, 보증사고 발생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봤을 때 대위변제액도 조만간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는 해마다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액은 지난 2019년 3442억 원에서 2020년 4682억 원, 2021년 5790억 원, 2022년 1조1726억 원으로 매년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HUG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금을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해야 하지만, 채권 회수액은 최근 3년간 2000억 원대에 그치고 있다.

채권 회수액은 2019년 1654억 원에서 2020년 2214억 원으로 늘어난 뒤 2021년에는 2114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2179억 원에 그쳤다. 대위변제 금액 대비 회수율은 2020년 50.1% 2021년 41.9% 2022년 23.6%로 감소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