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아치, 무심하거나 화려하거나…29세 사이드암, 0승은 좀 아니었다[MD고척]

2023. 5. 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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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양들의 아치.

두산 사이드암 최원준은 16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하기 전까지, 올 시즌 가장 불운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6경기서 승리 없이 3패에 평균자책점 4.00. 36이닝 동안 16자책을 하긴 했지만, 타자들의 도움을 너무 못 받았다.

두산에 따르면 최원준은 올 시즌 경기당 단 1.25점만 지원을 받았다. 야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2타점 적시타 한 번을 선물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현대야구에서 투수 승리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지만, 여전히 선발투수들은 승리와 패전에 희비가 엇갈린다. 선발투수가 못 던져도 승리투수가 되면 웃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반면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되면 기분 나쁜 게 사실이다.

최원준은 이날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리고 타선은 최원준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3점, 총 3점을 지원했다. 여전히 많은 지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 평균보다 많았다. 최원준의 깔끔한 투구내용을 감안할 때, 이런 날 승리투수가 못 되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역시 양의지와 양석환, ‘양들의 아치’가 결정적이었다. 양석환은 4회 무사 1루서 키움 선발투수 최원태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월 선제 결승 투런포를 쳤다. 양의지는 8회 선두타자로 나와 키움 사이드암 김동혁에게 10구 접전 끝 투심을 공략, 쐐기 좌월 솔로포를 쳤다. 3경기 연속 홈런.


양들의 아치는, 같지만 다르다. 양의지의 13~14일 잠실 KIA전과 이날 홈런은, 양의지 특유의 ‘퉁’하고 돌리는 스윙의 결과다. 이날 키움전을 중계한 한명재 캐스터는 “무심하게 돌렸다”라고 했다. 정말 양의지는 무심하게 방망이를 툭 돌린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배트 원심력을 활용해 퉁퉁 친다.

양석환도 독특하다. 히팅포인트가 상당히 앞에서 형성된다. 본래 멀리 치려면 히팅포인트가 앞으로 나가야 되는 게 맞다. 그러나 올해 이정후가 히팅포인트를 좀 더 앞으로 가져가려다 실패한 것처럼, 육안으로 구분이 거의 되지 않는 히팅포인트의 변경은 정말 어렵다는 게 타자들의 얘기다.

지난 12~13일 두산-KIA전을 중계했던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양석환의 저 극단적으로 앞에서 치는 스윙이 본인에게 맞다”라고 했다. 변화구가 꺾이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뒷스윙, 흔히 말하는 아크가 상당히 크다. 아무래도 구종 별 정교한 대응은 쉽지 않은 약점도 있다.

어쨌든 양석환도 이날 포함 6경기 연속안타를 날렸다. 양의지는 시즌 초반의 침체에서 벗어났다. 스스로 지난 주말 KIA 3연전 도중 홈런이 적어 압박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가 부진한 현실에서, 양들의 아치는 중위권 싸움을 펼치는 두산의 동력이 됐다. 0승에 허덕이던 최원준이 웃은 건 보너스.

양석환은 "홈런이 나와서 기뻤지만 이후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 부분이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쳐서 기분 좋게 오늘 경기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홈런보다 (최)원준이가 승리를 할 수 있어 더욱 기쁘다. 투수들이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양의지(위), 양석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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