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분신 목격 동료 "막지 않았다" 조선일보 보도에 "인간이길 포기"
고 양 지대장 분신 장면 CCTV 장면 유족 동의 없이 보도
'말렸다'는 기자들 진술 있다면서도 방관 몰이 보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조선일보가 지난 1일 건설노조를 상대로 한 정부의 탄압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분신한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지대장 분신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목격자를 상대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판에 휩싸였다. 보도 절차와 윤리를 훼손한 데다 유족과 목격자 당사자에 대한 동의와 확인 없는 보도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16일 낮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라는 온라인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 온라인 대응 자회사인 조선NS 최훈민 기자가 작성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자기 몸에 시너를 뿌리는 양씨의 약 2m 앞에서, 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부(副)지부장이자 양씨의 상급자인 A씨가 가만히 선채로 양씨를 지켜봤다. 숨진 양씨는 A씨 아래의 '강원지부 제3지대장'이었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상황을 본 다수 목격자'를 취재원으로 제시하면서 “A씨는 양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현장을 지켜본 YTN 기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면서도 이같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보도에서 '독자 제공'이라고 밝히며 고 양 지대장의 분신 당시 장면을 담은 CCTV 사진 7장도 공개했다.
보도는 직후부터 인권 침해 보도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직접 근거 없이 고 양 지대장의 분신을 목격한 동료를 겨냥해 의혹을 풍기는 보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목격자 당사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다는 지적 등이 잇달았다. 고 양 지대장의 가족과 소통하는 건설노조에 따르면 해당 CCTV는 유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되고 보도에 활용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같은 날 <인간이길 포기한 조선일보>라는 성명을 냈다. 건설노조는 “사건을 고의로 조작하고자 시도하고, 악의적 보도로 여론을 선동해 유가족과 목격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조선일보에 대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법적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조선일보는) 억울함을 외치며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한 인간의 죽음 앞에, 슬픔 속에 머무르고 있는 유가족 앞에, 정신적 심리적 충격 속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조합원들 앞에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했다”며 “윤리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 언론의 권력으로 칼날을 휘두르는 '언론폭력'일 뿐”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조선일보 보도 속 양 지대장 분신 모습이 담진 사진은 춘천지검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의 CCTV 자료로 확인된다며 “유가족이나 목격자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해당 자료가 특정 언론과 기자를 통해 보도화 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열사 분신 이후 목격자들의 트라우마를 우려해 심리치료센터와 연결해 정신적 상담 치료를 진행 중이었다”며 “조선일보는 유가족과 목격자들에 2차 가해라는 칼을 휘둘렀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보도는) 취재를 했다면 결코 내릴 수 없는 결론”이라며 “해당 영상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이런 보도를 했다는 것은 고의적으로 사건을 왜곡해 여론을 선동하기 위한 악의적 보도행태”라고 밝혔다.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해당 보도과 관련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양 노조 위원장 입장을 발표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연다.
기사를 작성한 최훈민 조선NS 기자는 16일 보도가 2차 가해라는 비판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규탄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장상진 조선NS 대표는 통화에서 “이 보도가 어떻게 2차 가해인가. 그럼 1차 가해는 무엇인지 기자가 답해보라”고 말한 뒤 관련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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