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부진에 타격폼 회귀 택한 이정후…떠올려 내라, 5관왕의 유산
올해 히팅 포인트 앞쪽으로 이동 등
빅리그 도전 위해 변화 시도했지만
타격 타이밍 흔들…데뷔 첫 슬럼프
이, 부진 원인 ‘시선의 차이’에 주목
몸 열어두는 오픈스탠스로 돌아가
프로야구 키움 이정후(25)는 2017년 데뷔 이후 한 번도 슬럼프가 없었다. 지난해까지 6년 통산 타율 0.342, OPS(출루율+장타율) 0.902를 찍었다. 이 기간 1072안타를 때리며 매 시즌 평균 178.6개의 안타를 생산했다.
이정후는 소속팀 간판타자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다. KBO라는 리그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 야구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얼굴로 이미 조명받고 있다. 이정후가 올해 같은 ‘고난의 언덕’을 만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곧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도 걱정하는 야구인들이 많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0.349, 23홈런을 기록하는 등 타격 5관왕(타율, 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에 오르고도 타격폼을 바꿨다. 머리 뒤까지 올렸던 톱 포지션(두 손의 그립 위치)을 얼굴 옆으로 내렸다. 오픈스탠스로 넓게 벌려놨던 오른 다리도 어느 정도 미리 당겨놨다. 테이크백과 함께 오른 다리의 준비 동작도 최소화했다.
큰 꿈이 없었다면, 타격폼을 바꿀 이유가 없었다. 이정후는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유력하다. 그런데 이정후의 꿈은 MLB 입성이 아니다. MLB에서도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이정후는 KBO리그보다 훨씬 공이 빠른 MLB의 속도감에 주목했다. 이정후는 각 타석의 최종구로 150㎞ 이상 패스트볼을 상대해 2020시즌부터 2년간은 타율 0.435(23타수 10안타)로 강했지만, 지난해에는 타율 0.188(16타수 3안타)로 주춤했다. 빠른 공에 조금 더 확률 높은 타격폼을 욕심낸 이유 중 하나였다.
이정후는 15일 현재 시즌 타율 0.230에 그치고 있다. 시즌을 치르며 드러난 문제를 확인하면서 타격폼 회귀를 결정했다. 이정후는 다시 오픈스탠스로 타격 준비를 시작한다. 오윤 키움 타격코치는 지난 14일 이정후의 타격 회생 과정을 ‘히팅 포인트’로 설명했다. “새 타격폼으로 때리면서 히팅 포인트가 너무 앞으로 가 있었다. 지금은 예전 타격폼으로 돌아가면서 히팅 포인트를 뒤로 당기는 과정에 있다. 좋은 타구들이 나오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과거 타격폼과 새 타격폼 사이에서 타이밍 문제만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이정후는 ‘시선 얘기’를 꺼냈다. 그는 “최초 준비 자세에서 시선 차이가 있었다. 오픈스탠스에서는 몸을 열어놓고 (거의 정면에 가깝게) 공을 보다가 오른 다리를 당겨놓은 다음에는 다른 각도로 (비스듬히) 봐야 한다.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이정후는 90% 이상 지난 시즌 이전의 타격폼으로 돌아가 있다. 그러나 중계화면, 투수 뒤쪽 카메라의 눈으로 보자면 테이크백을 할 때 방망이가 서 있는 각도에는 이전과 차이가 보인다. 45도 아래로 누워 있는 듯하던 방망이 각도가 올라가 있다. 이정후는 “찰나의 순간으로 만드는 동작이다. 타석에선 의식하기 힘든 동작”이라고 말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이정후를 직접 만나 타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 위원은 “시즌 초에는 양손을 내리면서 테이크백을 할 때 활쏘듯 당기는 동작 없이 타격을 했다. 그러다 보니 가운데 오는 공도 늦고, 바깥쪽 공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며 타격폼 회귀 선택에 의미를 뒀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이전에는 타석에서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았다. 또 중계화면을 보면 오른쪽 어깨가 포수 쪽으로 너무 들어가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어퍼스윙이 된다. 낮은 볼 대응도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타격폼 회귀라지만, 기계가 아닌 이상 종전 타격폼을 100% 재연하기 어렵다. 그게 100%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이정후는 “데뷔하고 한번도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고, 갈수록 괜찮은 타구가 나오는 만큼 곧 좋은 모습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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