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곰과의 동침을”…치솟는 집값에 알래스카 노숙인 늘어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5. 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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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가디언]
미국 알래스카 주민들이 주거비용 부담에 노숙자가 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곰과 마주칠 위험을 감수하면서 숲속에 텐트를 치고 살고, 보트에 침상을 설치한 뒤 머무르는 등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최근 알래스카의 항구도시 싯카에서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원인으로 주택 공급량 부족, 부동산 가격 급등, 주택 정책 미흡 등을 꼽았다.

싯카는 어촌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와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남겨진 역사적 건물, 마을 주변에 형성된 깨끗한 열대우림 등의 영향으로 그림 같은 마을이라는 평가를 받는 관광지다. 코로나 대유행이 진정되면서 싯카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싯카에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가디언은 이 지역 주택 가격이 지난 1년간 평균 8% 올랐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이용 가능한 장기임대주택과 서민들의 소득 수준에 맞춰진 가격의 주택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주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이 아름다운 섬에 머무르고 싶다고 하지만, 그것은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정된 이야기”라며 “싯카는 부유층의 세컨드하우스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민들은 주택난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약 1050마리의 불곰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겨울이 지나 따뜻해진 날씨에 야생곰들이 해변으로 향하면서 노숙인들과 마주치는 빈도도 많아지고 있다.

한 주민은 “한밤중에 어린 곰과 마주친 적도 있고, 야생곰이 텐트로 들어온 적도 있다”며 “이건 숲에서 노숙자로 생활하려면 각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싯카노숙자연합(SHC)은 현재 숲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의 수가 약 2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SHC는 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고, 조기 탐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노숙자들을 위한 안전한 보호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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