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데리 아저씨' 일했던 금양 불성실공시법인 됐다

한국거래소, 벌점 8.5점·제재금 8,500만 원 부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윤주영 기자

한국거래소가 자사주 처분 계획 관련 발표를 지연 공시한 화학물질 제조기업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16일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8.5점과 공시 위반 제재금 8,500만 원을 부과했다고 알렸다. 벌점이 10점 이상이면 지정일 당일 하루 동안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되는데 금양이 받은 점수는 이에 육박한다.

금양은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최근 이차전지 투자 열풍을 주도한 박순혁 IR 담당 이사가 재직했던 회사다. 박 전 이사는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이 1,7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할 계획이라며 장내 매도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교환사채 발행 등을 그 방법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공시 외 방식으로 특정 매체를 통해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개했다면 공시 의무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자 2주 만에 관련 내용을 뒤늦게 공시했다. 전날 금양에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진 박 이사는 금융감독원 등이 금양에 모종의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거래소는 "공시 체계를 잘 정비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본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