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재원 끌어다 세수 펑크 메우자”는 정부의 ‘비현실적 대책’

올 세수 28조5000억 구멍 예상
부진 흐름 지속 땐 53조까지 불어

세계잉여금 5조9000억에 불과
기금 여유분으로도 충당 불가능

올해 1분기에만 세금이 24조원 넘게 덜 걷히면서 대규모 ‘세수 펑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국채 발행이나 감액 추경 없이 지난해 쓰고 남은 세금(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 불용액으로 세수 부족분을 만회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비현실적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적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4조원 감소했다. 3월까지 세수 진도율(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율)은 21.7%에 그친다. 남은 기간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세수가 들어온다면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세수(400조5000억원)보다 28조5000억원이 적게 걷힌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진한 세수 흐름(진도율 21.7% 적용)이 남은 기간 지속된다면(연간 진도율 86.8%) 세수 부족분은 52조8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지난 4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세수 부족 상황이 예견된다”면서도 “민생 관련 예산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 등 여유 재원을 활용해 차질 없이 지출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2년도 국가결산’을 보면 세계잉여금은 9조1000억원이다. 이 중 일반회계에 편입할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2조7511억원이다. 특별회계 3조1000억원을 합친다 해도 세계잉여금은 5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기금 여유자금 가운데 활용이 어려운 사회보험성 기금과 계정성 기금을 제외한 사업성 기금의 여유자금 추산 규모는 26조9000억원(지난해 2월 기준)이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이래 기금 여유자금을 한 해 5조원 이상 추경에 투입한 경우는 없었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유자금은 주로 국채를 상환하는 데 쓰인다. 이 돈을 끌어다 쓰면 그만큼 국채 상환이 늦어진다. 국가채무 축소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배치되는 행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재부는 국회에 감액 추경안을 제출해 심사를 받는 절차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