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부실’ 왜?…한국형 없고 일본 기준 ‘그대로’
[KBS 전주] [앵커]
정부가 바다를 메울 때 지은 기초구조물이 잇달아 무너지고 있는 문제, KBS가 연속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원인을 따져보니, 처음부터 안전을 담보할 국가설계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과거 일본이 만든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우리 해역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탓입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항만 터를 떠받칠 기초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새만금 신항만 공사.
전체 3.7km 구간 가운데 1/5 넘게 하자가 발생했습니다.
서해의 극심한 '조석간만 차'로 인한 수압을 버틸 만큼 충분히 무겁고 두껍게 설계하지 않은 탓입니다.
이 같은 부실설계 원인을 쫓아보니, 처음부터 안전을 담보할 국가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새만금 신항만 시공사/음성변조 : "건물을 짓든 도로를 만들든, 국가에서 제정한 설계 기준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거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그런 설계 기준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들이 없다 보니까."]
정부의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
풍랑이나 너울에 대한 안전성 설계기준은 자세히 정했지만, 간만차가 만드는 수압 얘기는 아예 없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조석 차이에 의한 수압에 의해서 그런데 그게 설계 기준이 없다 보니까. 사실상 이 설계 기준이 완벽에 가깝다고는 솔직히 얘기하기 힘든…."]
세계적으로 조석간만 차가 가장 큰 해역을 갖고도 국가건설기준에 간만차 수압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건, 과거 일본이 만든 기준을 그대로 가져다 썼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항만 건설 환경은 우리와 달리 간만차 수압 영향이 적습니다.
조석간만 차가 가장 큰 규슈 아리아케 바다가 5m 정도로, 우리 서해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5위권 항만을 보유했지만 정작 우리 해역 환경에 어울리는 설계 기준은 만들지 못한 겁니다.
[김규한/가톨릭관동대 교수/한국해안·해양공학회장 : "한국형의 가호안 설계 기준이라든가 특별한 재료의 특성이라든가 이것을 고려해서 그에 맞는 구조적인 강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 이제는 정립돼야 한다."]
항만 기초 구조물 붕괴를 알린 KBS 보도 뒤 정부는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전국의 피해 사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안전성 설계 기준을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최희태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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